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국정원 직원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과 여당이 법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입장 자료를 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새 영장 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후 우병우, 정유라 등의 영장이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의도를 갖고 영장을 기각한 것 아니냐고 공격한 것이다. 전례 없는 비난이다. 여당 인사들은 "(사법부는)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며 검찰을 거들고 나섰다. 인터넷에선 영장 담당 판사를 '적폐 판사'라며 악성 비난을 쏟아냈다. 판사 한 사람에 대한 권력과 대중의 일제 공격을 보며 섬뜩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무죄라는 것이 아니다. "혐의는 소명되지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을 뿐이다. 불구속 기소해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감옥에 간다. 그런데도 무조건 구속부터 하라는 것은 법이 아닌 폭력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적폐 청산' 등 비법률적이고 정치권에서나 쓰는 용어로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폐 청산' 대상이면 유죄 판결 나기도 전에 감옥부터 가야 하나. 어떻게 법 집행기관이 이런 말을 하나. 무슨 혁명이나 난 듯이 검찰이 앞뒤 가리지 않고 지금의 분위기에 올라타려 하면 공권력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