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배후 조종이 의심되는 가짜 페이스북 계정들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해 정치성 광고로 미국 여론을 분열시키려 한 정황이 페이스북의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는 6일(현지 시각) "최근 가짜 계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로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계정 470개가 활동하면서 3000여 건의 정치성 광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광고들이 미 대선을 직접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지만 대부분 (대선 당시 민감한 이슈였던) 성소수자·인종·이민자·총기 규제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가짜 계정들이 집행한 광고비는 총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에 이른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 운영자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페이스북 관계자를 인용해 "가짜 계정을 관리한 곳은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라는 러시아 회사"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자극적 악플을 다는 등 온라인 선동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월 이 회사에 대해 "러시아 정보 당국과 유착돼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이 정치성 광고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외신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당시 보수·우파 성향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언급했던 화제와 가짜 페이스북 계정들이 광고로 부각시킨 이슈들이 공교롭게 일치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별도로 최근 총 5만달러의 광고비로 집행된 정치성 광고 2200여 건에 대해 "IP 주소는 미국에 두고 있으나 러시아어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번 페이스북 발표에 대해 "러시아가 트럼프의 승리를 돕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가하려 했다는 미 정보 당국의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