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夜)시장이라더니 문 닫은 상점이 너무 많네요."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6일 오후 7시쯤 딸과 함께 남대문 야시장을 찾은 윤상희(35)씨는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먹을거리·잡화 등을 파는 노점만 장사를 하고, 상가는 불을 끈 채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지난 7월부터 매달 둘째·넷째 주 토요일(오후 6~11시)마다 '남대문시장에서 야(夜) 놀자'라는 이름으로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상가 상인들의 참여율이 낮아 '반쪽짜리 야시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시장은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지난 2015년 남대문시장을 포함해 전국 전통시장 10곳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의 하나다. 남대문시장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은 "서울역 고가 공원(서울로7017)이 생기면서 밤에 남대문시장 주변을 찾는 사람들을 모으려고 야간시장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남대문시장 야시장의 모습. 1층에 있는 상점만 문을 열었고, 2층 이상은 불이 꺼져 있다. 야시장을 찾는 고객은 대개 노점 음식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아 2층 이상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야시장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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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야시장은 서울로7017과 만나는 회현역 5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남대문로 지하쇼핑센터 2번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약 300m의 중앙통로에서 음식 노점 20여 개와 한복, 티셔츠 등 의류 및 잡화 노점 120여 개가 야간 영업을 한다. 그런데 중앙통로 양옆의 본동상가, 대도종합상가, E월드 등의 경우 1층 매장들만 야시장에 참여한다. 상가 2층 이상에 자리 잡은 상점과 골목에 있는 다른 상가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C동 3층에서 그릇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9)씨는 "평소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영업한다. 야시장에 참여하려면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야 한다"면서 "밤엔 손님들이 3층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전기료, 인건비 들여가며 밤까지 운영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사업단 관계자는 "날씨가 선선해지고 손님들이 늘어나면 상가들도 자연스럽게 밤에 영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야시장 활성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야시장을 만들다 보니 상인들의 참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야시장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매장 야간 운영비 등을 지원해주고, 이후 등록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