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지난했던 이혼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모양새다. 재벌가로 장가가며 일순간 운명이 바뀐 ‘남자 신데렐라’들, 결혼 이후 삶은 어땠을까?

# 파경과 함께 퇴장한 사위들
삼성家에서 사실상 퇴출된 임우재 전 고문
재산분할과 친권, 면접교섭권 판결에 불복해 항소

평사원과 회장 딸,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임우재(49)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47) 호텔신라 사장은 오랜 별거를 거쳐 2015년부터 이혼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임 전 고문은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봉사활동을 하며 이 사장과 만나 1999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은 지난해 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건희 회장의 경호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결혼 후 억지로 떠나야 했던 미국유학과 공부, 기대 등에 대한 부담감,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기 때문에 아들마저 어렵게 느껴졌던 심정 등을 토로했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2005년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기 임원으로 임명되고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인사를 통해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됐고, 그마저 2016년 12월 계약이 만료돼 해지 통보를 받았다. 비상근 자문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사실상 퇴임한 것이다.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은 이부진 사장이 임우재 전 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두 사람이 이혼하되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이 사장에게 주되 임 전 고문에게는 한 달에 1번 1박 2일 동안 자녀를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인정했다.

이 사장은 이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공개하며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이 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 따르면 주식, 부동산, 채권, 예금, 보험, 회원권, 차량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포함한 보석, 까르띠에 시계, 에르메스 가방 등의 명품을 합한 재산이 1조7천억여원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과 사채, 부동산 등에 대해 이 사장은 혼인 전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점에 부친에게 증여를 받았으며 대부분을 회사에서 관리해 임 전 고문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전 고문과의 결혼과 그의 기여로 축적한 재산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임 전 고문에게 재산분할을 하는 것보다 편법상속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계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전 고문이 당초 1조2천억원대의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에 비하면 판결액 86억원은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임 전 고문은 공동친권 행사와 면접교섭 월 2회를 희망했다며 8월 초 항소했다.

양육권·재산분할 없이 현대家 떠난
정몽구의 옛 사위 신성재 전 사장

현대차그룹에 19년 가까이 몸담았던 신성재(49)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평사원 출신의 그룹 회장 사위였다. 신 전 사장은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1995년 입사해 수출부에서 근무하던 중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셋째 딸인 정윤이(49)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를 만나 1997년 결혼했다.

이후 신 전 사장은 현대하이스코의 전신인 현대강관으로 옮겨 날개를 달았다. 이사,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승진가도를 달렸고, 2005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신 전 사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2001년 1조4천3백41억원이던 매출액은 그가 경영을 맡은 동안 꾸준히 올라 2013년 4조4백6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은 정 전무와 별거한 끝에 2014년 이혼했다. 두 사람은 삼형제를 두었으나 양육권은 정 전무가 갖고 재산분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 자리도 임기를 2년가량 남겨놓고 내려놓았다. 그와 함께 현대하이스코 주식은 물론 현대차 주식도 전부 매도하면서 현대가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이후 신 전 사장은 아버지인 신용인 회장이 이끄는 자동차 부품회사 삼우의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삼우는 신 사장과 정 전무가 결혼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지정을 받으며 고속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두 사람이 이혼한 후에도 삼우와의 거래를 끊지 않았다.

올해 초에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던 강학서 사장을 대신해 신 전 사장이 현대제철로 복귀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현대가에서 그의 경영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으나 소문으로 그쳤다.

지분 모두 넘기고 SK家 떠난
김준일 전 SK C&C 전무

역시 평사원 출신이었던 김준일(58) 전 SK C&C 전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통해 고(故)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의 고명딸 최기원(53)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김 전 전무는 SK텔레콤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에 1992년 입사했다. 선경마그네틱의 기획부장으로 근무하던 최태원 회장은 눈여겨봐왔던 김 전 전무에게 여동생을 소개했고 두 사람의 인연은 혼인으로 이어졌다.

이후 김 전 전무는 대한텔레콤 이사, 상무이사 등을 거쳐 1998년 SK컴퓨터통신과 대한텔레콤이 SK C&C로 합병하자 기획관리부문장 상무로 승진했다. 이어 1년 만에 전무 자리에 올랐지만 2000년 최 이사장과 이혼했다. 보유하고 있던 SK C&C의 지분 21%도 최 이사장에게 매각했다.

김 전 전무는 의약품제조업체를 설립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폐업 상태라 더 이상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혼 후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이사장의 경우도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09년부터 SK행복나눔재단을 맡아 사회공헌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 완벽한 일원 되며 승승장구한 사위들
정태영·문성욱.
현대家
정몽구 회장 둘째 사위 정태영

종로학원을 세운 정경진 원장의 아들 정태영(57)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전무와 기획재정본부장을 지냈고, 기아차에서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는 등 계열사를 넘나들며 그룹 차원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2003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부사장에 선임되면서부터다. 취임 당시 양사의 영업적자는 약 8천3백억원. 현대카드는 현대차 직원들만 쓰는 카드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사업 실적이 부진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M’을 출시해 성공시키고 알파벳과 숫자, 컬러를 축으로 한 카드 포트폴리오 완성하는 한편, 슈퍼콘서트 등의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며 현대그룹의 금융사업을 성공 가도에 올려놓았다.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올해 15년 차 CEO로서 국내 500대 기업 내의 여신금융사 중 최장 재임 CEO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정 고문과의 사이에는 유미 씨, 유진 씨, 준 씨 등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차녀 유진 씨는 2015년 9월 현대카드에 입사해 IT 관련 부서에서 재직하고 있다.

신세계家
이명희 회장 사위 문성욱

KBS 기자 출신의 아버지를 둔 문성욱(45)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은 2001년 3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45)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결혼해 슬하에 서윤(15) 양, 서진(14) 양 자매를 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정 부사장과 인연을 맺고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로 승진한 뒤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을 맡아, 2011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중국 이마트의 순손실을 절반가량 줄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말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내인 정 사장이 1990년대부터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패션사업 영역을 구축해온 곳이다.

한편 부친 문청 씨는 KBS 기자, 정책주간, 위성방송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언론계 인사다. 2003년 광고홍보회사 베컴을 설립해 신세계 상품권,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 센텀시티 등의 광고를 맡았다.

박장석·안용찬.
SK家
최종건 창업주 둘째 사위 박장석

금융계 인사의 아들인 박장석(62) SKC 상근고문은 대표적인 평사원 출신 재벌가 사위다.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SK의 전신 ㈜선경에 입사했던 그는 그룹 창업자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둘째 딸 최혜원 씨와 결혼했다.

이후 SK그룹의 소재 전문기업인 SKC에서 전략기획·전보·구매 담당 상무이사, 경영지원본부장, 정보통신사업본부장, 관리총괄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4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사양산업이었던 비디오테이프 등의 미디어사업을 정리하고 산업용 광학필름 등의 핵심 산업에 집중해 SKC를 업계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2013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SKC를 이끌었다. 2015년 등기임원에서 사퇴하기까지 한 회사에서 36년을 근무한 것이다. 지금도 SKC의 주식을 6만5천 주가량 보유해 SK(주)와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애경家
장영신 회장 사위 안용찬

육군 참모총장 수석보좌관 출신의 부친을 둔 안용찬(58)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MBA 과정에 재학하던 중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애경그룹의 창업자 고 채몽인과 장영신 회장의 장녀 채은정(54) 애경산업 부사장을 만났다. 채 부사장 외숙모의 소개였다.

채 부사장과 결혼한 안 부회장은 약 2년간 근무했던 미국 폰즈에 사표를 내고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애경화학 총무이사와 애경산업 전무를 거쳐 1995년 사장 자리에 오른 안 부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애경산업을 흑자로 돌려세우고, 취임 초 800%가 넘던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추며 ‘낙하산 사위’라는 꼬리표를 뗐다.

2006년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 된 그는 사업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 탓에 적자에 시달리던 제주항공을 흑자로 전환시킨 것은 물론, 연간 매출을 1백억원대에서 7천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채 부사장과의 사이에는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리나 씨는 부친이 유학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와 결혼했다.

Post 재벌가 사위들

최근 재벌가의 일원이 되었거나 될 예정인 젊은 사위들도 눈에 띈다.

길성진·박유천.

먼저 배우 길용우의 아들 길성진(33) 씨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손녀이자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장녀인 선아영 씨와 지난해 11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성진 씨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개인 사업을 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영 씨는 결혼 전까지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했을 뿐 현대그룹 내에서 직책을 갖고 있진 않다.

가수 겸 배우인 박유천(31)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28) 씨와 9월 20일 결혼한다. 하나 씨는 홍 명예회장의 3남 2녀 중 막내딸인 홍영혜 씨와 황재필 영국 웨일스개발청 한국사무소장 부부의 2녀 중 장녀다. 홍 명예회장이 친인척의 경영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무파벌 원칙을 고수했던 것에 따라 장남 홍원식 회장과 장손 홍진석 상무를 제외한 가족들은 남양유업 경영에서 배제돼 있다. 따라서 박유천·황하나 예비부부가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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