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州) 남부 휴스턴 등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29일(현지 시각) 단일 열대폭풍이 미국 본토에 뿌린 강우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텍사스주 몽벨뷰 인근 시더 바이우에는 이날 오후 하비에 의한 누적 강우량이 1320㎜를 돌파해 지난 1978년 열대폭풍 아멜리아가 텍사스주 머디나에 내린 강우량(1220㎜)을 넘어섰다. 미국 전체로 보면 지난 1950년 하와이 카우아이에 사이클론 '히키'가 1330㎜의 비를 내린 것에 불과 10㎜ 모자란 기록적 폭우다.

미 홍수통제국 기상학자 제프 린드너는 AP에 "최근 나흘간 휴스턴 인근 지역에 내린 물의 양은 1조 갤런(약 3조7900억L) 이상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5일간 떨어진 물의 양과 같다"며 "휴스턴이 속한 텍사스주 해리스카운티는 토지의 30%가 물에 잠겼다"고 했다. 수몰 면적은 약 1400㎢로, 시카고와 뉴욕시를 합한 면적과 같다.

江으로 변한 휴스턴… 수재민 45만명 -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나흘간 1320㎜ 이상의 물 폭탄을 퍼부으면서 29일(현지 시각) 휴스턴시 외곽에 있는 애딕스 저수지가 범람했다. 이 때문에 인근 마을의 주택은 지붕까지 물이 차올랐다(왼쪽 사진). 이날 휴스턴 조지브라운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에는 수재민 9000여명이 각자 작은 침대에 의지하며 머무르고 있다(오른쪽 사진). 휴스턴에서만 수재민 45만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비 관련 사망자가 30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는 등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실종자 수를 파악하는 중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추가 확인된 사망자 중엔 지난 27일 새벽 구조 활동을 위해 집을 나섰다 실종됐던 경찰관 스티브 페레스(60)도 포함됐다. 경찰은 페레스와 연락이 끊기자 수색에 나섰고 이틀 후인 이날 오전 8시쯤 차 안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이재민 수만 명이 집을 비우면서 치안 문제가 제기되자 휴스턴 당국은 이날부터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아트 아체베도 휴스턴 경찰청장은 "약탈과 무장 강도 사건이 다수 발생해 휴스턴 시장에게 야간 통금을 권고했다"고 했다.

하이힐 신고 수해현장行 - 2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허리케인 ‘하비’로 큰 수해를 입은 텍사스주를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이때 멜라니아 여사는 굽이 가늘고 높은 ‘스틸레토 힐’을 신었는데, 미 언론과 소셜 미디어 등에선 “재해 지역을 방문하기에는 부적절한 패션”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휴스턴, '하비'에 직격탄 … 강수량 1250㎜ 달해]

[멕시코만 수온 2도 상승… '괴물 허리케인'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텍사스주 수해 지역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가 재난에 매우 잘 대처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면서 "의회와 협의해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수십억달러의 재원을 신속하게 일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텍사스로 향하는 전용기를 탈 때 멜라니아 여사가 굽이 가늘고 높은 '스틸레토 힐'을 신은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수해 현장 방문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