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어느 공무원의 이색 명함이 화제다. ‘부팅 100%’라고 부킹을 빗대서 만든 문구가 눈에 띈다. ‘홍보는 현준이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과장 신현준’은 흡사 나이트클럽의 ‘부킹은 오백원이 책임집니다. 웨이터 오백원’과 비슷하게 읽힌다. ‘언론보도 항시대기’ ‘PC, 서버, 네트워크 일절’ ‘24시간 항시 대기’라는 문구도 있다. 구청 홍보전산과장의 명함이다.

다른 명함에는 아예 대부업체 광고를 패러디해 만든 명함이 있다. ‘무담보, 무보증, 무수수료’라는 문구 옆에는 ‘사업별 맞춤예산’ ‘친절 법률상담’ 등 업무 분야가 깨알같이 나와있다. 담당 과장이 하늘을 보고 소탈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도 함께 들어 있다.

도대체 이게 실존하는 명함일까. 이 명함의 주인공은 신현준 서울시 관악구청 기획예산과장. 홍보전산과장 출신으로, 2014년 이후 이와 같은 ‘파격 명함’을 사용해 왔다. 신 과장과 전화통화해 이색 명함에 대해 물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 본인 명함이 인터넷에 화제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즐거운 직장이 관악구의 운영 철학이다. 주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나만의 톡톡 튀는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2014년 관악구청 명함 경진대회다. 직원들이 인터넷 투표도 하고 심사도 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내가 거기서 준우승을 했다. 그때 이런 명함 콘셉트를 잡게 됐다."(실제로 유종필 관악구청장도 본인의 사진과 심플한 디자인을 활용한 명함을 사용한다.)

- 홍보전산과와 기획예산과 명함의 디자인과 문구들이 서로 다른데.
"홍보전산과장으로 있을 때는 내 이름이 신현준이니까 연예인 신현준 캐리커처를 활용하려 했다. 그런데 저작권 문제가 있어 못 쓰고 내 얼굴이 직접 들어간 캐리커처로 대체했다. 전체적으론 나이트클럽 홍보전단에서 착안했다. 전산부서라서 컴퓨터와 관련이 깊어 '부킹'이라는 말과 유사하게 '부팅 100%'라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기획예산과장 부임 이후에는 다른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현 부서는 예산, 재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출을 권유하는 '찌라시' 느낌으로 '무담보, 무보증'이라고 표현해봤다."

-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반응이 매우 좋다. 주민들이 기존 공무원들의 딱딱한 명함만 받다가 내 명함을 받게 되면 대단히 친근하게 느낀다. 사실 이 명함들은 공무원들이 주민들에게 더 친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만든 것이다. 공무원은 직업성격상 주민들과의 첫 대면이 중요한데, 이 명함을 주면 업무 추진할 때도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또 재밌게 반응해주신다. 구청에 방문한 분들이나 주민참여예산 위원회 같은 자리에서 명함 한 번 주면 나를 안 잊어버려서 덕도 많이 보고 있다."

- 다른 동료들도 만들었나?
"당시 경진대회 당시 명함을 지금도 사용하는 공무원이 몇 명 있다. 예를 들어 김진두 청소행정과장 같은 경우는 자신을 '진두지휘자'라고 표현해 개성 있게 언어유희를 쓰기도 했다."

- 이색 명함을 쓰면 쑥스럽지는 않나.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너무 반응들이 좋아서 지금은 아무데서나 만나도 명함을 잘 전달한다. (웃음) 스스로도 좀 독특하게 명함을 만들어서 주면, 주민들에게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고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마음가짐도 다시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