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조센징'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본 성우 테라지마 스스무.

지난 26일, 일본 인기 배우 겸 성우가 공식 석상에서 한국인을 ‘조센징’이라 칭해 논란이 됐다. 이 날 열린 게임 ‘용과 같이: 극 2’ 신작 발표회에서 테라지마 스스무(54·寺島進)는 무대 인사 도중 “오늘 무대에 올라온 몇몇 사람들은 ‘조센징’이니까, 조선에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도록 부탁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테라지마는 1986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영화 100편 이상에 출연한 유명 배우로, 한국에도 얼굴이 잘 알려져 있다. ‘용과 같이: 극 2’에는 성우로 참여했다.

기타노 타케시 감독의 1997년작 '하나-비(Hana-bi)'에 출연한 테라지마 스스무.

한국인 게이머 대다수는 반발했지만, 이처럼 드물게 조센징을 조센징이라 부르는 게 무슨 문제냐 묻는 이도 있었다. 조센징은 조선인(朝鮮人)을 일본어 식으로 읽은 발음일 뿐이며, 비하나 멸시 의도는 없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일까.

테라지마 스스무 발언을 옹호한 네티즌. 대다수 네티즌은 이 글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일리 없음
물론 그렇지 않다. 일본 사회에서 조센징은 한국인을 멸시할 목적으로 쓰이는 때가 잦은 용어다.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주역으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박준채(1914~2001) 선생은 훗날 "나는 박기옥의 댕기를 잡고 장난을 친 후쿠다를 개찰구 밖 역전 광장에서 불러 세우고 점잖게 따졌다. 그의 입에서 조센징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의 주먹은 그자의 면상에 날아가 작렬하였다."고 증언했다. 이미 이 시기부터 조센징이라는 표현은 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박전열 중앙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이 사라진 지 얼마 안 되던 때, 즉 일제강점기 초반까지는 조센징이 말 그대로 조선 출신 사람을 가리키는 가치중립적 용어였다”며 “하지만 일제 통치가 길어지며, 조센징이라는 말은 상대를 대등한 인간이라기보다 피지배자 위치로 본다는 의미를 내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20세기 초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중 일부는 아직도 국적을 ‘조선적(朝鮮籍)’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스스로를 조센징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흑인이 서로 ‘nigger/nigga(검둥이)’라 부른다 해서 우리도 그들을 ‘nigger/nigga’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듯, 일본인이 한민족을 가리켜 조센징이라 부르는 건 어느 상황에서나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조센징이 욕으로 받아들여진 유래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박 명예교수는 “현대 일본어에서 조센징은 분명히 비하 의미에 가까운 용어”라며 “만일 모욕 의도가 없었다면 ‘칸코쿠징(韓國人)’ 표현을 썼을 것”이라 했다.

#북한만을 겨냥한?
일각에서는 '미사일 발사'가 북한 난동임을 들어, 테라지마가 북한을 희롱할 의도로 던진 발언일 거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키타조센징(北朝鮮人)'을 조센징이라고만 부르는 경우도 아주 없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 보는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양키(Yankee)가 비록 북부 미국인, 특히 유럽계 미국인을 가리키는 비칭이라 하더라도, 남부 미국인 전부가 이 호칭에 무덤덤한 건 아니다. 박 명예교수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품었건 간에, 꺼내서 좋을 일은 없는 표현”이라고 했다.

#불투명한 미래
'용과 같이: 극2'는 오는 12월 7일 한·일 동시발매 예정이다. 단순히 파는 수준을 넘어, 한글화까지 예정된 작품이다.
하지만 극우 콘텐츠 포함 논란 때문에 일본 발매를 하루 앞두고 한국 발매와 한국어화 취소를 발표했던 전작 '용과 같이6: 생명의 시'처럼, 이 작품 역시 한국 출시를 눈앞에 두고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 게이머 대다수는 "테라지마 스스무가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용과 같이: 극2'가 한국에 정식 출시된다 하더라도 사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테라지마 스스무를 성토하는 네티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