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 빌라에서 자취를 하는 황문선(27)씨는 "최근 한 달 사이 집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 2마리를 봤다"며 "집에 바퀴벌레가 나온 것이 처음인데, 너무 커서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에서 사는 회사원 김모(29)씨 역시 "6년만에 처음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방역 업체에 집을 맡겨놓고 친구 집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

절기상 가을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지났음에도 최근 비가 자주 내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각 가정에 바퀴벌레들이 출몰하고 있다. 해충 방역업체 세스코가 멤버십 가입 가정과 사업장 등 40만여 곳을 대상으로 한 해충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바퀴벌레 수(239만4222마리)는 4년 전인 2012년(159만940마리)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몸길이가 약 35~40㎜인 '미국바퀴(이질바퀴)'가 요즘 자주 발견되고 있다. 미국바퀴는 국내에 가장 많은 독일바퀴(길이 11~14mm)보다 3~4배 더 크다. 40년 전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스코가 집계한 지난해 이질바퀴 수(6만1928마리)는 4년 전(5만6515마리)에 비해 9.5% 정도 많아졌다.

또 다른 해충 방역 업체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미국바퀴 신고가 약 30~40% 늘었다"고 말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이질바퀴는 추위에 약해 주로 부산이나 남해안 쪽에 보였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질바퀴의 서식환경이 전국으로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