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00만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 컨셉으로 대박
백화점 입점 한 달 만에 유니클로 매출 넘어… 가성비 높은 한류 패션으로 중국 시장 공략
이정민 대표 "쇼핑몰 창업하려면 옷가게 '알바'부터 하라"

이정민 엔라인 대표는 노점과 지하상가 운영을 거쳐 난닝구를 연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난닝구’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는가? 아빠의 늘어난 러닝셔츠? 구질구질한 백수 삼촌의 홈웨어? 아마도 옷 좀 입는 20~30대 여성들에게 난닝구는 트렌디한 여성 의류 브랜드로 먼저 인식될 것이다.

난닝구(NANING9)는 2006년 론칭한 여성 의류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해 론칭 10년 만인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난닝구 온라인 쇼핑몰의 총회원 수는 135만여 명으로, 일 평균 방문자 수는 20~30만 명, 하루 주문 건수는 1만 개에 달한다.

오프라인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 난닝구는 2013년 백화점에 입점해 인근 유니클로 매장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글로벌 SPA 브랜드를 누른 것이다. 지난해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난닝구는 올해 1400억 원의 매출을 내다본다.

◆ 시장 노점에서 키운 패션 감각, 인터넷에서도 통했다

난닝구를 전개하는 엔라인 이정민(43) 대표는 서울 반포 지하상가의 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맨몸으로 사업을 일군 억척 CEO다. 4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그의 성공 스토리는 꽤 극적이다.

난닝구는 ‘티 내지 않고 스타일 내자’를 슬로건으로 편안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패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의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러 서울에 왔어요. 그저 예쁜 옷을 고르고 사람들에게 권하는 게 좋아 열심히 했죠. 그러다 망하기 직전의 한 가게에 스카우트돼 옷을 떼다 팔기 시작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하루 20만 원도 안 되던 매출이 500만 원까지 올랐어요.” 그 가게 운영자가 이 대표의 남편이다.

결혼 초 이들은 전국 곳곳을 돌며 노점 장사를 시작했다. 이 대표의 나이 21살이었다. “쫄바지라고 하죠? 당시 레깅스 붐이 막 일기 시작할 때였는데, 동대문에서 레깅스를 1500원에 떼다가 3000원에 팔았어요. 시장 바닥에서 하루에 100만 원어치를 팔았으니 수완이 꽤 좋았죠. 힘들다는 생각보단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마냥 좋았습니다.”

이 대표는 1996년 경기도 성남의 지하상가에 10평짜리 가게를 내고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하루 평균 200만~3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매상을 올렸다. 이후 옆 가게를 인수하고, 안양, 인천 주안지하상가까지 매장을 확대했다. 2002년 인천에 낸 가게 명이 바로 난닝구다.

난닝구가 온라인으로 세력을 뻗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2006년 주안지하상가가 6개월간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게 문을 닫게 됐는데, 마침 조카가 인터넷 판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제안한 것이다. “저는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컴맹이어서 반신반의했죠. 6개월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자본금 300만 원에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습니다. 그 후로 지하상가로 돌아가지 않았어요(웃음).”

이 대표가 처음 본 온라인 시장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쇼핑몰 오픈 첫날 상품을 몇 개 올리고 퇴근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주문이 100만 원어치가 들어와 있었어요. 손님을 직접 응대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옷이 팔리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난닝구는 온라인 쇼핑몰 론칭 2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고, 10년 만인 지난해 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 할리우드 파파라치처럼, 일상의 자연스러움 담은 상품 사진에 열광

난닝구는 이름처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티 내지 않고 스타일 내자’가 난닝구의 슬로건. 10~50대까지 누구나 편하고 맵시 있게 입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인다.

2011년대 난닝구가 선보인 파파라치 컨셉의 상품 사진, 사진 속 컴다운 운동화는 현재도 판매되는 제품으로 누적판매량이 67,842 켤레에 달한다.

특히 남다른 콘텐츠 전략은 지금의 난닝구를 만든 성공 요인이다. 난닝구가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2006년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 한창인 시기로, 이미 경쟁이 치열했다. “쇼핑몰에서는 사진으로 제품을 선택해요. 할리우드 파파라치 컨셉으로 찍어봤는데 이게 대박이 났죠.” 꾸밈없는 일상을 담은 현실적인 모습에 고객들은 열광했고, 나중엔 난닝구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하는 경쟁업체도 생겨났다.

난닝구는 250명의 직원이 있지만, 이 대표는 아직도 상품의 코디를 직접 결정하고 상품 사진을 찍는다. 전문가에게 맡겨봤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이미지를 선호하는지, 20여 년간 몸소 익힌 이 대표의 감각을 넘어서는 이가 없었다.

요즘엔 모델의 얼굴이 아예 나오지 않게 옷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다. 화면이 작은 모바일 기기에서도 옷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DSLR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폰으로 자연스럽게 상품의 이미지를 담아요. 제가 입은 옷처럼 편하면서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옷을 보여주려 합니다.”

난닝구 쇼핑몰에는 일주일에 70~80벌의 신상품이 업로드된다. 매일 10벌 이상의 신상품이 올라오다 보니, ‘한국형 SPA 브랜드’라는 별칭도 붙었다. 빠른 온라인 생리에 맞춰 패스트 패션을 추구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건 자꾸 입고 싶게 하는 ‘편안함’이다. 그렇다 보니 몇년째 팔고 있는 스테디셀러도 있다. 2011년에 출시된 컴다운 운동화의 경우 현재까지 6만7842 켤레가 판매됐다.

난닝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2014년 출시된 제롬*T(왼쪽)은 현재까지 68,624벌이 판매됐고, 2015년 출시된 레버랑 롱원피스는 58,059벌이 판매됐다.

◆ 백화점 진출 첫 달 매출, 유니클로 넘어… 중국 시장 파트너십으로 공략

난닝구는 2013년 백화점 유통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백화점들은 10~20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과 스트리트 브랜드의 입점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입점한 난닝구는 개점 첫 달 3억5천만 원의 매출을 거두며 인근 유니클로의 매출을 제쳤다. “저희도 놀랐어요. 백화점 고객들이 우리의 옷을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이후 백화점 전용 라인을 개발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렸어요.”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33개로, 매출도 온라인에 맞먹는다.

소비침체가 지속된 지난해 난닝구의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88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 당기순이익은 55% 신장했다.

올해는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전략은 파트너십. 난닝구는 앞서 2006년 국내 소호 몰로는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내며 직 진출했지만, 중국 시장의 특수성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이후 전문 유통사와 제휴를 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 중국 내 사세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6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티몰, 타오바오, 웨이판후이(vip.com)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 매출은 작년 127억 원에서 올해 4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다음 비전은 라이프스타일과 뷰티다. 난닝구를 전개하는 엔라인은 부티크 호텔 빠세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네프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급스러우면서도 고풍스러운 빈티지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네프호텔을 향후 침구류 등 홈 데코 비즈니스로 확장할 방침이다.

가로수길 네프호텔

뷰티 사업도 구상 중이다. 난닝구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에 맞춰 스킨케어 중심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 뷰티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정말 좋은 품질을 보여야만 경쟁할 수 있다. 피부 개선 효과를 제대로 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난닝구 하면 웃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클 줄 알았으면 브랜드명을 잘 지을 걸 후회도 들죠(웃음). 이제 옷을 아는 여성들은 난닝구하면 늘어난 러닝셔츠보다 저희 브랜드를 먼저 떠올립니다. ‘편안함’과 ‘가성비’하면 난닝구를 먼저 찾을 수 있도록 좋은 상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노점 장사, 지하상가 운영 경험이 오늘날 난닝구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쇼핑몰을 하겠다는 꿈이 있다면 일단 옷가게 ‘알바’부터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