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국 캐스케이드 뉴스는, 시력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지만 ‘여섯 번째 감각’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인지할 수 있는 여성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남서부 래넉셔 북부 위쇼에 사는 멜리나 케닝(47)은 그이 딸 스테파니가 두 살이던 18년전, 뇌졸중으로 인해 뇌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인 ‘시각 피질’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는 몇 년에 걸쳐 새로운 감각을 발전시켰다.
캐닝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이 새로운 감각을 통해 사물의 윤곽을 파악하게 됐다. 예를 들어 딸이 머리를 묶었다는 사실과 비가 떨어지는 모습, 커피잔에서 소용돌이치는 커피 등을 만지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캐닝은 세계에서 극소수에게만 일어나는 ‘맹시(blindsignt)’를 겪고 있었다. 맹시란 시각 자극 처리에 대한 의식적 경험은 없어도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처리하는 현상을 뜻한다. 비록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물체의 움직임과 모양을 무의식적으로는 지각하는 것.
그가 '맹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뇌졸중으로 4개월간 입원해 있었던 20대 중반이었다. 당시 입원한 동안 시각을 잃었는데, 하루는 병실에 어머니가 결혼기념일 선물을 가져온 것을 보고는 “저 밝은 초록색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병실을 지키던 가족들은 캐닝이 그저 색을 유추하고 상상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화가 났고, 의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람의 형체와 움직임을 볼 수 있지만, 표정이나 표현은 볼 수 없다”고 했다. 캐닝의 특별한 케이스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가트나벨 병원의 안과 전문의 고든 더턴 박사에 의해 ‘맹시 증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맹시 증상은 캐닝이 뇌졸중을 앓고 8개월이 지나 딸 스테파니를 수영시킬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주변에 물이 튀기는 모양을 인식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는 “그날 이후로 비가 떨어지는 것이나 찻잔에 든 커피가 소용돌이치는 모양 등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딸아이의 미소와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그 아이가 걸을 때 묶은 머리가 흔들거리는 것은 볼 수 있다”며 “스테파니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맹시’ 연구를 위해 캐닝은 캐나다·네덜란드 등 전세계에서 열리는 안과 학회에 참석해 맹시 연구를 돕고 있다. 그가 이미지를 보고 사물을 인식하는 동안 뇌의 움직임을 살피는 실험 연구를 통해, 그가 사물을 볼 때 뇌가 이미지를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캐닝은 “의학계에서 ‘맹시’가 인정되고 연구도 활발히 진행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이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