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선 '기상청 날씨 예보가 자주 빗나간다'는 인식이 많지만, 기상청은 평소 "비 예보 정확도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해왔다. 열 번 예보에 틀리는 건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이 간극의 비밀을 감사원이 풀었다.

감사원은 22일 '기상 예보 및 지진 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5년간 기상청 비 예보 적중률이 절반도 안 됐다"고 밝혔다. 잦은 날씨 오보로 '기상청 예보를 믿기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이 옳았다는 것이다.

정확도 90%라더니… 적중률은 47%

기상청은 그간 "비 예보 정확도가 매년 90%를 넘긴다"고 발표해 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강수 예보를 평가하는 잣대로 '정확도'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확도는 '기상청이 비 예보를 하지 않고, 실제 비가 안 내린 경우'까지도 예보가 맞았다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여름철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선 비가 자주 내리지 않기 때문에, 강수 예보를 안 하면 대부분 예보가 들어맞는 문제가 발생한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비가 온다는 예보를 1년간 전혀 하지 않을 경우에도 정확도는 89.5%(최근 5년 기준)에 달한다"고 했다.

반면 강수 여부 '적중률'은 오직 '강수 예보를 하고 비가 온 경우'만 맞게 예보했다고 계산한다. 예보가 들어맞을 확률이 부풀려지는 문제를 없앤 평가 방식이다. 미국·영국 등은 적중률을 평가 잣대로 쓰고 있다. 이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기상청 예보를 평가하면, 강수 예보가 적중한 건 46%에 불과했다. 작년 적중률은 45.2%로 2012년(47.7%)에 비해 더 떨어졌다. 영국보다 약 7%포인트 정도 낮은 수치다.

[기상청 강수 예보 적중률 절반에도 못 미쳐…감사결과 보니]

기상청 예보관들의 강수량 예보는 수퍼컴퓨터보다 정확도가 낮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기상 당국은 수퍼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해 나오는 '수치 예보'를 기초로 예보관 분석을 더해 '최종 예보'를 내는데, 우리 기상청 예보관이 만든 최종 예보 정확도가 수치 예보보다 연평균 0.8%포인트 낮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종 예보의 강수량 적중률이 수치 예보보다 꾸준히 높게 나왔다.

천리안위성도 활용 안 해

이와 관련, 감사원은 "기상청이 예보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약 3500억원을 들여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 기상 자료 확보를 위해 천리안위성 1호를 띄웠다. 그러나 기상청은 정작 이 자료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 국내 예보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천리안위성 1호는 지난 6월에 설계 수명(7년)을 마쳤다. 내년에 발사될 천리안위성 2호의 자료를 활용하는 기술 역시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기상청은 지진 조기 경보를 내리는 데 평균 26.7초가 걸렸다. 일본(7.2초)의 네 배 수준이다. 이처럼 속도 차이가 나는 것은 기상청이 발령 조건으로 '최소 관측소 15곳에서 20번 이상 지진이 탐지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등 외국은 관측소 2~6곳 정보를 사용하는 등 신속히 알리는 걸 중시했다. 감사원은 "관측소 8곳 탐지로 조건을 낮추면 소요 시간을 12~17초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2010년 마련한 '지진 관측망 종합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이 계획대로라면 국내 면적 20%가 지진 관측 공백 상태로 남는다"면서 "이를 해소하려면 147억원을 들여 관측소를 82곳 더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