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폰
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리나 공저, 김선형 옮김|판미동|340쪽|2만8000원
“우리가 첨단기술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어 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광은 점점 더 숭고해진다.”
집과 터전, 건축과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과 움직임을 간파한 저자 자크 클라인은 2010년 숲속에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 ‘캐빈 폰’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손수 지은 집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캐빈 폰’이란 ‘오두막(Cabin)’과 ‘포르노(Pornography)’를 합한, 자연 속에 집을 짓고자 하는 현대인의 로망을 자극하는 신조어다.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비메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이들에게 DIY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의 CEO이기도 한 저자는 200여 개의 사진과 열 가지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꿈꾸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자연 속 집짓기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전통 통나무집을 짓는 법, 메이플시럽을 만드는 법, 30피트 상공에서 사는 법 등 자연환경에 맞는 다양한 건축과 삶의 형태를 보여주며 집과 터전, 개인과 공동체, 노동과 영감 등 우리가 생각해 온 기존의 상식에 대해 질문한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 장벽에 가로막힌 현대인에게 제안하는 대안적인 삶이 담겨 있다.
통나무집, 유르트 등 다양한 종류의 집을 짓는 법부터 버려진 방갈로, 샤일로를 개조하는 법, 사막이나 황야와 같은 독특한 자연환경에서 집을 짓는 노하우 등 집짓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총망라된다. 못 쓰는 자전거를 매단 지상 엘리베이터, 못을 쓰지 않고 지은 집, 퇴비 더미로 물을 데우는 샤워실 등 자연환경과 개인 기호에 맞춘 개성 있는 건축 방식도 등장한다.
손수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도 다감하게 곁들여진다. 저자는 집이란 ‘개인에게 영감을 주는 고요한 은신처이자 지인들을 환대하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이라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무한한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숲 속에 툭툭 던져진 오두막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휴식과 평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