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實話)를 다룬 영화 ‘마운틴 맨(Manjihi: The Mountain Man, 2015)’의 주인공 다쉬라트 만지히는 망치 하나로 마을을 가로 막는 큰 돌산을 22년간 깎아 길을 만들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인도 남성은 2007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인도 남성이 나타났다.
인도 남부 케랄라 주 티루바난타푸람 시 빌래필살라에 사는 멜레투베틸 사시(63)는 반신불수의 몸으로 집 앞 돌산을 깎아 200m의 길을 만들었다.
인도 매체 더뉴스미닛(The News Minute)에 따르면, 그가 장애의 몸으로 곡괭이 하나를 들고 돌산을 허물어 직접 길을 만든 것은 일자리를 구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집념과, 가족이 ‘더 넓은 세상’에 쉽게 나갈 수 있게 하겠다는 소망이었다.
사시는 열다섯 살 때부터 코코넛 나무에서 코코넛을 따서 돈을 벌었다. 그 결과, 마을에 작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가정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18년 전 나무에서 떨어져 몸의 반쪽이 마비된 그는 더 이상 나무에 오를 수 없게 됐고, 결국 두 아들도 공부를 접고 생계를 도와야 했다.
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사시는 재활 치료도 스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어서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어떻게든 다시 걷고 싶었고, 천천히 걷는 방법을 습득하게 됐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사시는 3륜 오토바이로 복권을 파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오토바이를 살 돈이 없었던 그는 마을 자치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큰 돌산이 사시의 집 앞을 가로막아, 오토바이로도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했다. 마을 자치단체에선 “오토바이로 돌산을 날아서 넘어갈 거냐”고 비웃었다. 정부에 약 10년 동안 집 앞 도로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도 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시는 길을 내면 오토바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곡괭이 한 자루를 들고 직접 돌산을 깎아 길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사시는 지난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전 5시부터 더워지기 시작하는 8시 반까지, 또 오후엔 3시 반~4시부터 해질 무렵까지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온전하지 못한 몸과 건강 상태로 을 깎는 일은 보통 고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곡괭이를 들다가 중심을 잃고 자주 넘어져 계속 다쳤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일 6시간 남짓 작업한 끝에, 그는 200m의 길을 만들었다. 그의 집념에 놀란 주민들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바깥세상으로 완전히 연결된 것은 아니다. 중간에 놓인 전봇대 탓에 직업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전봇대 이전을 요청한 상태.
앞으로 몇m만 더 깎으면 집과 세상을 잇는 길이 완성된다. 길이 뚫린다고 오토바이를 얻게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사시는 이 길이 속히 완성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