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이 남의 잔치가 될 판이다. 한국 축구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대표팀 새 수장 신태용 감독이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동국·손흥민·기성용 등 쟁쟁한 스타 선수들의 이름 속에서 눈에 띄는 1996년생 선수 둘이 있다. 최후방 수비수 김민재(21·전북)와 스트라이커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다.

김민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탄생한 '괴물 센터백'이다. 올해 전북 소속으로 K리그 클래식에 데뷔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팀의 리그 최소 실점(26경기 23골)을 이끌고 있다. 신 감독은 "김민재는 K리그에서 현재 가장 잘하는 선수" "제일 핫(hot)하다"는 극찬으로 발탁 이유를 밝혔다. 김민재는 189㎝·88㎏ 큰 체격을 갖췄으면서도 빠른 스피드로 상대 공격수를 거칠게 압박한다. 패스 능력도 좋은 편이어서 "공수가 수시로 뒤바뀌는 현대 축구에 적합한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몸집 큰 아기란 뜻에서 '우량아'라고 불린다. A대표팀 경험은 없지만 고질적인 한국 축구의 뒷문 불안을 해결할 '신형 방패'로 주목받고 있다.

[황희찬 벌써 5호골, 교체투입 3분만 대승 쐐기골]

황희찬은 '최후의 일격'에 쓰일 신형 창이다. 그 역시 이번 대표팀에서 공격 자원으로 분류되는 이동국·김신욱·손흥민·이근호 중 유일하게 A매치 경험이 한 자리(7경기)인 신예다. 하지만 최근 기세는 가장 무섭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며 한 달 새 벌써 5골을 기록했다. '황소'라는 별명처럼 저돌적인 드리블에 올 시즌 골 결정력까지 장착했다. 그도 어린 나이에 보여준 능력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렸다.

둘은 연령별 대표팀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2012년 7월 U-16(16세 이하)팀 소집 훈련 당시 처음 한솥밥을 먹었다. 김민재는 "그때는 내가 너무 못할 때여서 일부 동료에게 무시도 당했다. 그게 분발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기억한다. 그러면서 "물론 잘해준 친구들도 있었다. 착해서 그런지 지금 잘됐더라"고 했는데, 그 '착한 친구'가 바로 황희찬이다.

하지만 둘의 축구 인생은 크게 엇갈렸다. 김민재는 2012 AFC U-16 본선, 2014 AFC U-19 본선, 2016 리우올림픽 본선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수원공고에서 연세대로 진학했지만 2년도 안 돼 중퇴하고 실업축구 내셔널리그팀에서 뛰다가 최강희 전북 감독의 눈에 들어 극적으로 프로에 데뷔한 케이스다.

반면 황희찬은 김민재가 놓쳤던 세 대회에 모두 주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독일과 3대3으로 비길 때 선취골을 기록하는 등 한국의 8강 진출에 기여하며 일찌감치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얘길 들었다. 포항제철고를 마치자마자 오스트리아 명문 잘츠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두 선수는 '신태용의 아이들'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민재를 처음 성인 레벨에 불러들인 게 신 감독이다. 신 감독은 지난해 3월 리우올림픽 대비 연습 경기 당시 김민재를 발탁했다. 이후 그의 경기력을 수시로 체크했고, A대표팀 감독이 되자마자 과감하게 선발했다. 황희찬 역시 신 감독 눈에 띄어 리우올림픽에 남들보다 3살 어린 나이로 참가할 수 있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중요한 순간에 이들을 뽑아 올린 신 감독의 선택이 적중하길 바라고 있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아시아 예선 9차전 이란전을 치르며, 9월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최종 10차전 원정 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