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치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조호길 리신팅 지음|메디치|392쪽|2만 원

“중국공산당은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하는 사회 엘리트를 당원으로 흡수하여 하나의 유기체로 조직하고 국가, 군대 나아가 사회 각 분야에 침투시켜 당-국가체제를 완성했다.”

서구와 소련의 공산정권이 몰락한 것과 달리 어떻게 중국의 공산주의는 오늘날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는가? 중국의 공산정권은 쇠퇴하기는커녕 개혁개방으로 세계 2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으며 국제적인 영향력 역시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의 건재함 뒤에는 유일한 집권당인 중국공산당이 있다. 이 책은 정당 이론의 권위자인 조반니 사르토리가 제시한 ‘당-국가체제’ 개념을 빌려 당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이중 궤도의 정체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당-국가체제는 국가의 모든 것을 당의 영도 아래 두는 것으로, 다당제의 실패를 수습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단기간에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고, 경제·사회 발전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중국의 정책 결정은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의사소통을 거치는 ‘합의형 정책 결정’ 방식을 따른다. 또 끊임없는 집단 학습을 통해 내부 모순을 수정해 간다. 이 책은 여러 단계에 걸친 토론과 정책 결정 유형을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건강한 일당제가 향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와 함께 당-국가체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으로 국가 엘리트를 제시한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엄격하게 선발된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로, 합리적이고도 평화롭게 다음 세대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철두철미한 입당 자격 심사와 능력의 검증은 유능한 엘리트들이 국가를 운영하도록 했고, 체계적인 권력 이양 제도는 이들이 부패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갱신을 하게 함으로써 국가의 발전 동력을 만들어냈다.

책은 일당제가 정답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구에서 유래한 다당제를 동양의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과 오랜 변천을 거치며 드러난 다당제의 한계 등을 지적하고, 성공적인 일당제 모델을 보여준 중국공산당을 통해 다당제를 넘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 중 한 명인 조호길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공식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정치 권력의 본질과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저자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당-국가체제’와 ‘엘리트’라는 두 키워드를 도구로 삼아 중국의 성공 모델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