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훈련' 당신은 유사시 대피소 알고 있습니까]

"왜 전쟁 불안을 고조시키나." "사이렌 소리에 낮잠을 못 잤다."

작년 8월 24일 을지연습 당일, 서울 중구청으로 '민방위 훈련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항의 전화가 10여 통 걸려왔다. 시민과 상인, 매장 업주들은 민방위 훈련을 할 때마다 현장을 통제하는 공무원들에게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특히 영업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하는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측의 항의가 거세다고 한다. 오후 2시에 사람들을 한꺼번에 내보내려면 영업장을 폐쇄해야 하는데,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불만이다. '대피를 꼭 해야 하느냐'는 항의성 문의도 훈련 때마다 들어온다.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민방위는 1975년 창설됐다. 당시 정부는 매월 15일을 '민방위의 날'로 정하고 매년 8회쯤 전국 단위로 전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전국 단위 훈련은 점점 줄고, 지역 단위 훈련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올해는 전국 단위 훈련이 오는 23일과 11월 두 번만 계획되어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민방위 훈련은 허술하다. 채종수 대구시 비상대비팀장은 "차량을 통제하면 운전자들이 '바쁜데 왜 붙잡느냐'며 거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민방위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각 지역 민방위 담당 공무원은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로 1~2년 단위로 순환 근무한다. 군부대나 소방본부 등과 민방위 상황을 공유해야 할 담당 공무원이 기본 용어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 충남도청엔 민방위 시설·장비 관리, 훈련계획 수립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2명, 강원도청에는 5명뿐이다.

통제 인력 없이 사실상 자율적으로 민방위 훈련을 하는 농어촌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민 자율 대피 훈련을 지휘할 통장과 이장은 연간 1~2시간 정도 형식적인 교육을 받는 데 그친다. 이재은 충북대 교수는 "지방에서는 민방위 훈련이 공무원만의 도상(圖上) 훈련이 되기 십상"이라며 "농어촌 지역에선 마을 지도자들이 주민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교육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