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첫 장면에서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의 송강호는 조용필의 히트곡 '단발머리'를 부른다. 택시 운전사를 상징하는 노란 셔츠를 입은 김만섭이 초록색 브리사 택시 안에서 흥얼거리는 이 노래는 1980년 5월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조용필의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 이 곡이었을까.

영화‘택시운전사’의 첫 장면에서‘김만섭’(송강호)은 조용필의‘단발머리’를 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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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용필이 지구레코드로 음반사를 옮긴 뒤 1980년 발표한 정규 1집 음반에 실린 곡이 '단발머리'다. 당시에는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음반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단발머리'의 심의 번호는 '8003-2380'이다. 영화의 시점으로 돌아가면 1980년 3월에 심의를 갓 마친 따끈한 신곡이라는 뜻이다.

이 곡은 뿅뿅거리는 전자 음향과 신나는 디스코 리듬, 가성(假聲)을 섞어서 첫 소절을 시작하는 역발상까지 당시 기준에서 모든 점이 파격이고 참신했다. '창밖의 여자'의 구성진 단조 발라드와 '한오백년'의 전통 민요,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트로트뿐 아니라 가볍고 경쾌한 댄스 음악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걸 입증한 곡이다.

영화에서도 경쾌하고 발랄한 도입부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장훈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시대 속으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나리오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조용필씨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이 곡은 당시 또 다른 히트곡인 혜은이의 '제3한강교'와도 짝을 이룬다. 김만섭은 독일 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를 손님으로 태우고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그 뒤 순천으로 먼저 나온 김만섭은 택시 안에서 '제3한강교'를 끝까지 따라 부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