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이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유능한 해외 인재를 찾고 있다고 블룸버그(Bloomberg)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 UFJ 은행.

뉴저지주 출신의 앤드류 미톨라씨(25)는 은행 취업 담당자를 만날 때까지 MUFG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최초로 대학원 해외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MUFG에 취업한 사람이 됐다.

지난달에는 그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에서 채용된 신입사원 18명이 일본 도쿄의 본사로 3주 동안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은 녹차를 마시는 예절을 배우고 스님의 강의를 통해 명상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톨라씨는 현재 MUFG 뉴욕 지사의 외환 영업 부문에 채용된 상태다. 그는 “MUFG는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 격차를 좁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곳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앞으로 이 곳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터키 출신인 자이납 아리칸씨(25)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다. MUFG 뉴욕 지사의 기업 고객 관리직에 채용된 그는 월스트리트 은행과 MUFG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그는 “MUFG에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러나 MUFG는 일본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 은행 연수 프로그램에서에서 외국인 채용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MUFG를 포함해 일본 3대 은행으로 불리는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미즈호 은행 등은 일본 국내 열악한 금융시장으로부터 피난처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은행 지분 인수에 540억달러(약 61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였다. MUFG는 지난 2008년 90억달러 규모에 미국 투자은행(IB)인 모간스탠리 지분 20%를 사들였다.

그러나 MUFG는 이제 진정한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MUFG는 이를 위해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횟수를 늘리고 올해 초 미국인 변호사와 전 태국 중앙은행 총재를 처음으로 은행 이사로 임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1분기 MUFG의 세전 이익 중 약 41%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이다. 또 15만명의 직원 중 40%가 현재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일하고 있으며, 예금 규모로는 이미 미국 상위 10개 은행 중 하나가 되겠다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MUFG는 이전 경험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뒤 아시아·유럽(EU)·중동 법인을 인수했다. 이들은 리먼브라더스의 인재를 그대로 유지했다.

미국계 자문사인 모닝스타의 마리 쿠마가이 재무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노무라증권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성공신화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쿠마가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MUFG의 경우 국내외 사업이 분리돼있는 것이 노무라증권과의 차이”라며 “전체 그룹이 모간스탠리와 통합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지붕 아래 다른 두 개의 집이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UFG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기업 대출, 자본 시장과 합병 자문 부문 채용을 위해 외국 대학교에서 대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해외 지사에 바로 인력을 투입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케이치 호타 MUFG 인사 담당자는 “우리는 인턴십을 통해 동기 부여가 된 유능한 졸업생을 받아들이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MUFG의 성장 전략을 이끌 수 있는 미래 지도자를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도이체방크나 크레디트스위스, 모간스탠리 등 다른 글로벌 은행과 달리 일본 대형 은행들은 외국계 인사가 최고경영자를 맡았던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소니, 닛산 등 일본 기업과 소규모 은행인 신세이은행과 아조라은행 등에서는 외국인을 CEO직에 등용했다.

블룸버그는 MUFG의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명하복의 딱딱한 사내 문화에서 벗어나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로다 마코도 CLSA 분석가는 “해외 인재들이 일본의 은행에 취업하기 원한다고 해도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좌절할 수 있다”며 “재능있는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