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아먹는 모기'인 광릉왕모기의 사육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앞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과 뎅기열의 전염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흰줄숲모기 등의 방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충일 때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는 광릉왕모기를 사육해 모기를 방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 하와이와 태국 등 해외에선 모기 잡는 모기를 방제에 활용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 이런 기술이 개발되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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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착종인 광릉왕모기는 유충일 때 하루에 다른 모기 유충 26마리 정도를 잡아먹는다.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16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충 시기에 다른 모기 유충 약 416마리를 제거하는 셈이다. 하지만 광릉왕모기는 성충이 되면 암수 모두 흡혈을 하지 않고 꽃의 꿀을 섭취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릉왕모기와 지카·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유충의 서식 환경이 같다. 두 모기 모두 유충 시기 나무의 구멍이나 폐타이어 등에 고인 물에 주로 서식한다. 광릉왕모기 유충이 같은 서식 공간에 있는 흰줄숲모기 유충을 잡아먹도록 하면, 친환경적으로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술원은 기대하고 있다.
기술원은 이번 기술 개발을 위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60㎝인 사육장에 검은 종이를 두른 '암막 사육장'을 만들어 광릉왕모기의 실내 번식을 유도했다. 암막 사육장을 활용해 50일 동안 실내 사육한 결과, 암컷 한 마리에서 600마리 이상의 광릉왕모기 유충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원은 이에 앞서 2015년 5월 잔물땡땡이(유충일 때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딱정벌레목 곤충)를 활용한 모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술원은 "앞으로 잔물땡땡이와 광릉왕모기를 활용한 모기 방제 기술을 각 지자체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