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프라도의 모나리자, 목판에 유채, 76x57㎝,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틀림없이 그 유명한 ‘모나리자’인 것 같은데 어딘가 낯설다. 이 그림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한 복제품이다. 원래 이 그림의 배경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미술관 연구원들이 수세기 동안 화면에 겹겹이 앉아있던 먼지를 벗겨 내면서 배경의 검은 물감을 모두 제거했다. 그러자 다빈치의 원작에 있는 것과 똑같이 청명한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흙의 질감이 생생한 풍경화가 나타났다. 진짜 ‘모나리자’에는 없는 여인의 눈썹과 함께 말이다.

더 놀라운 건 적외선 및 X-선 촬영 결과다. 적외선 촬영과 X-선 촬영을 해보면, 유화 물감 아래에 숨겨져 있는 밑그림은 물론이고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어디를 어떻게 수정했는지 그 작업 과정이 드러난다. 그런데 프라도 복제품의 밑그림이 다빈치의 밑그림과 거의 일치했다. 말하자면 다빈치가 여인의 머리 윤곽을 고치고, 손 모양을 바꾸고, 가슴이 좀 더 드러나도록 상의를 내려 그렸을 때, 이 무명의 화가도 똑같이 작품을 수정했다. 그는 후대에 '모나리자'를 베껴 그린 흔한 모사 화가들 중 하나가 아니라, 다빈치가 원작을 그릴 때 그의 바로 옆에서 동시에 그림을 그리던 제자였던 것이다.

연구 결과가 화제를 낳은 후, 원작의 소장처인 파리 루브르 미술관은 2012년 6월 말까지 이 둘을 나란히 전시했다. 두 작품을 함께 본 많은 이는 훨씬 밝고 생기발랄해 보이는 프라도의 모나리자를 ‘젊은 모나리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젊은 모나리자’는 상대적으로 ‘원숙한’ 모나리자가 품고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갖추지는 못했다. 사람이든 예술이든, 젊음만이 미덕인 것은 아닌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