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5000여개에 달하는 미국 내 모든 월마트에 한국산 김으로 만든 스낵(과자)이 깔린다. 조미김 등을 포함해 모두 12가지다. 초콜릿과 김을 겹겹이 붙여서 만든 '초콜릿 스트립스'가 인기 상품이다. 충남 보령과 전남 장흥 앞바다에서 양식한 김을 보령과 미국의 공장에서 가공했다.

2015년 스타벅스의 미국 내 800여개 매장에 '오션스헤일로' 브랜드 김 스낵을 선보인 한인 식품 회사 뉴프런티어푸드가 만든다. 이 회사 이신형(45) 대표는 "연간 100억~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한다"면서 "김 스낵의 성공 가능성을 본 월마트에서 먼저 대규모 납품을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김 먹는 미국 아이들.

10년 전만 해도 농수산식품 수출 순위에서 10위에 그쳤던 김은 올해는 2위를 예고할 정도로 주력 수출품이 됐다. 지난해 3위였는데, 2위였던 참치를 제칠 기세다. 라면(5위), 인삼(9위)은 5년 전부터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 상반기 김이 우리나라 수산물의 대표 상품인 참치를 간발의 차이(100만달러)로 따돌리자 수산업계는 술렁였다. 이런 추세라면 1968년을 마지막으로 수산물 수출 1위를 참치에 내줬던 김이 무려 49년 만에 왕좌를 탈환하게 된다.

미국 스타벅스에 공급한 오션스헤일로 김 스낵.

2007년 6000만달러(약 680억원)였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3억5300만달러(4000억원)를 기록했고 올해는 7월까지만 3억2900만달러(3700억원)에 달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김 수출이 5억달러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참치와 오징어의 하소연

1969년부터 내리 '대한민국 수산물 수출 1위'를 지켜오던 참치가 올해는 48년 만에 2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7월까지 참치 수출액은 3억2414만달러(약 3646억원)로 1위를 김에 내줬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김 수출액이 53.5% 늘어나는 사이 참치는 3.4% 증가하는 데 그쳐서다.

참치 수출이 정체된 이유는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기후변화가 심하고 남획이 벌어지면서 대다수 수산 자원이 줄어드는 현상을 참치도 피해 가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 주요 참치 어장인 중서부 태평양에서 태풍 등으로 기상 여건이 나빴고, 이 해역에서 개체 보전 등을 위해 미국 정부가 참치 조업 일수를 올해부터 35% 축소한 것이 어획량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 초·중반 수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오징어는 김과 참치에 밀려 3위에 머무르고 있다. 물량으로는 1년 사이 55.8% 줄어들었다. 오징어가 참치보다 어획량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기사 더보기

세계에서 밥을 김에 싸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런데 김 수출국은 90여개국에 이른다. 한국 조미김의 인기가 높은 일본(지난해 7800만달러)이 최대 수출국이고 미국(7000만달러), 중국(6800만달러), 태국(5500만달러) 등에서 많이 팔린다.

김을 '블랙 페이퍼(검은 종이)'라고 부르며 먹지 않았던 미국 사람들도 요즘은 김 스낵과 조미김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미국에선 김이 포테이토칩보다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인기를 끈다.

김이 나지 않는 태국은 우리나라 김을 수입한 뒤 김 스낵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김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미국·영국·뉴질랜드 등에 김 스낵을 수출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시장 다변화의 성공 요인으로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조미김을 수출하던 이 회사는 2015년 '비비고 김 스낵'을 출시하면서 김을 먹지 않는 미주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 100억원 중 김 스낵이 52억원이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드라마가 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베트남에서 점포 13곳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의 윤병수 팀장(베트남사업부)은 "손님 10명 중 5~6명은 간식용으로 김을 사 갈 정도"라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20·30대 주부들이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중국 영유아 전문점 리지아베이비에 입점한 한국 김스낵 먹는 중국 애기들.

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유명 영·유아용품 체인인 '리지아베이비(麗家寶貝)'에 김 스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영·유아 시장을 겨냥해 현지 전문 업체와 공동 마케팅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신형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 하면 조미김이나 자반 정도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김 가루로 칩을 만들고 수프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며 "활용 방법이 무한한 재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김 전문가와 생산 노하우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두표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김은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 시장의 반도체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반도체처럼 독보적인 경쟁력이 강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김(말린 김) 생산 세계 1위다. 세계 김 생산량의 절반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 지난달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한국 김이 아시아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중국 영유아 박람회장에서 인기 끈 한국 김 스낵.

세계 김 시장은 2007년 이후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김을 길러 파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 정도다. 이 중에서 내수 시장 위주인 일본은 생산량이 계속 줄고 있고, 중국은 수질이 탁하고 양식·가공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출 여력도 충분하다. 국내 수요가 정체돼 있다 보니 매년 45만t 정도의 김을 길러 이 중 절반을 수출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산수출부 장서경 차장은 "김은 생산부터 수출까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며 "먼바다에 나가 잡는 참치나 오징어와 달리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모두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했다. ▷기사 더보기

[초콜릿 품은 김 스낵, 월마트를 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