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소식(小食)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일률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고, 사람마다 다르다. 단 한국인이나 중국인보다 확실히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먹을 수 있는 분량 이상으로 과하게 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음식을 남기는 것에 대해 마음의 부담을 느끼도록 가정·학교·사회에서 철저한 교육과 사회화가 이루어진 영향이 크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유년기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음식 남기지 않기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의 일본어 주제가에는 "피망 노코시차 다메!(피망 남기면 안 돼!)"라는 대목이 있다. 실제 일본 엄마들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음식, 이를테면 당근, 시금치, 피망 등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음식을 먹기 전에는 "이타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 먹고 나서는 "고치소사마데시타(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하도록 배운다. 일본어 좀 한다는 사람들도 '잘 먹었습니다'에 해당하는 고치소(ご馳走)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치소(馳走)는 '달릴 치(馳)+달릴 주(走)'로, 분주히 달린다는 의미이다.
옛날에는 시장이나 수퍼마켓이 집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 재료를 구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끼를 마련하느라 밭에 가서 채소를 캐고, 물에 나가 생선을 잡고, 수십 리 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한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열심히 달리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던 것이 에도 후기부터 식후 인사말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만든 이의 수고를 고마워하는 표시다. 일본다운 인사말이다.
우리 가게 직원들도 손님께 낼 음식 한 그릇을 준비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분주히 뛰어다닌다. 각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드는 이의 고생과 수고를 헤아려서 한국 사회도 조금만 음식을 덜 남겼으면 좋겠다. 덕분에 환경도 보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