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남 천안 한 워터파크에서 가족과 놀러온 정모(12)군이 과자를 사먹은 뒤 복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져 119에 실려갔다. 액체질소로 얼린 일명 '용가리 과자'를 먹은 직후였다. 놀이공원 등에서 팔리는 용가리 과자는 깨물면 코와 입에서 김이 뿜어져 나와 인기를 끈다. 구슬 모양 뻥튀기 과자를 일회용 컵에 담은 뒤 에어호스로 질소를 뿌려 급랭시키며, 하나에 5000~7000원씩 판매된다.

단국대 병원으로 옮겨진 정군은 위에 5㎝가량 구멍(천공)이 생겨 긴급 봉합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경찰은 과자를 판매한 업주 김모(39)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질소로 얼린 과자. 먹으면 코와 입에서 김이 나 ‘용가리 과자’라 불린다.

액체질소는 아이스크림이나 칵테일, 얼리는 과일 요리 등 생활 주변에서 흔히 쓰인다. 하지만 사람이 마시거나 맨살로 만지면 내장과 피부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의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액체질소가 영하 196도 초저온 상태여서 순식간에 동상(凍傷)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액체질소는 음식 진열, 보관, 식품 이송 또는 학교 실험실 등에서도 쓰인다.

액체질소는 상온에서 급속히 기체로 변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과자들을 얼리는 과정에서 일부 질소가 기화하지 않고 컵 아래쪽에 액체 상태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군이 과자를 먹으면서 함께 들이켠 액체질소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점막에 동상을 입히고, 위장에는 더 넓고 깊게 동상을 유발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때 위장 근육이 괴사하면서 흐물흐물해지고, 액체질소가 기화하는 압력으로 위장 벽이 크게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화기관에 이 정도 천공이 일어나면 음식과 세균이 복강으로 흘러나가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응급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액체질소 실험실 안전 책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미국 프린스턴대 화학실험실이 운영한 여름학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험 중 한 학생이 액체질소를 흡입해 내장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액체질소가 맨살에 닿아 동상을 입으면 노출 부위가 붓고 물집이 생긴다. 따라서 액체질소를 다룰 때는 반드시 보호 장구를 사용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냉동 효과를 역이용해 사마귀, 여드름 흉터 등을 선택적으로 없애는 냉동 요법을 쓰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태한 교수는 "액체질소를 잘못 마셨을 경우 물이나 더운 음식을 먹으려 하지 말고, 금식한 채로 의료기관을 빨리 찾아야 한다"며 "맨손으로 만져서 동상 증세가 생기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조금 데우고 나서 응급실로 오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