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으로 위기를 겪어온 서남대 퇴출을 공식화하면서 이 대학 의대가 어디로 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2일 삼육대와 서울시립대가 낸 서남대 정상화 계획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남대는 폐교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럴 경우 이 대학 의대의 입학 정원(49명)을 어떻게 할지 많은 대학과 기관이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가 12년째 의대 정원을 동결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의대를 신설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려는 대학·기관이 많은 것이다.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 '쟁탈전'
삼육대와 시립대가 부실투성이인 서남대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서를 낸 것도 의대를 유치하려는 목적이었다. 교육부는 두 대학의 인수 계획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대 유치에만 관심을 보여 서남대 전체를 정상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선 서남대 의대 정원을 전북대와 원광대로 나누어 배분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서남대가 전북 남원에 위치한 만큼, 의대 인원을 재배분한다면 의대가 있는 도내(道內) 두 대학에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9명의 의대 입학정원을 전북 밖의 다른 대학으로 유출하면 지역 민심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전북대·원광대 의대로 정원을 이관하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서남대 폐교가 결정되면 군산대도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대학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전남 순천대와 목포대가 오래전부터 의대 설립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했다. 두 지역의 중진 정치인인 이정현·박지원 의원은 선거 공약으로 의대 유치를 내걸기도 했다. 목포대는 이날 "전남은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며 "서남대가 폐교하면 의대 유치전에 적극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목포대 관계자는 "목포대 의대 유치는 전남 서남권 지역민들의 숙원으로 10년 전부터 노력했음에도 아직 염원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순천대 관계자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의대를 신설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의료취약지역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정부가 공공의료 전문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도 군의관 양성 등을 위해 국방의대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2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
의대 정원은 지난 12년 동안 동결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0년 3273명이던 의대 정원이 차츰 줄어 2006년 3058명이 된 뒤 올해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사협회가 "지금도 의사가 너무 많다"며 의대 정원 증원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대형 병원에 의사가 쏠려 있는 것이 문제지 의사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농어촌이나 지방 같은 의료 취약지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측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인력은 2.3명으로, OECD 평균(3.3명)에도 미달"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 5월 '주요 보건 의료 인력 중장기 수급 전망'에서 "2030년엔 의사 7646명 등 보건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