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푸드체인점, 음식점, 시장, 대형마트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배출하는 포장 쓰레기는 생활폐기물의 30% 이상이며, 매년 품목이 느는 추세다. 최근에는 택배나 우편으로 상품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포장 쓰레기가 생활폐기물 무게의 34%, 부피의 50%를 차지(2009년 기준, 환경부)할 정도로 그 양이 늘었다.

환경부가 발표한 ‘전체 지정 폐기물 종류별 발생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약 346만 톤, 365만 톤, 452만 톤, 453만 톤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포장재 생산은 단순히 쓰레기 증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환경오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에도 폐기물 증가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낯설지 않게 했다. 버려지는 물건을 단순하게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폐현수막이나 폐목재 등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전혀 다른 재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모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재생산 과정에서 때로는 더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 문제도 생겨났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생겨난 것이 프리사이클링이다.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란 ‘미리’를 뜻하는 접두사 ‘Pre’와 재활용을 의미하는 ‘Recycling’을 합친 합성어다. 직역하면 ‘사전 재활용’이라는 의미가 된다. 재활용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뜻으로, 물품의 용기에 구매 물품을 담고 적정량을 구매함으로써 또 다른 쓰레기의 생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프리사이클링을 실천하는 유명한 사례로 독일의 슈퍼마켓이 있다. 오리지널 언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라는 가게인데, 이곳에는 곡물, 과일, 음료 등의 식품뿐 아니라 샴푸, 치약 등 400여 가지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챙겨 온 바구니, 용기, 장바구니 등에 필요한 물건을 담아 구매한다. 진열 상품은 모두 통 안에 들어 있어 포장지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독일에 이어 2위다. 95년 도입한 쓰레기 종량제 및 분리수거 덕분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쓰레기종량제에서 창출된 경제적 가치는 21조3천5백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젠 프리사이클링의 생활화를 통해 재활용률을 높일 뿐 아니라 쓰레기 자체의 배출을 최소화해서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때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 포장재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프리사이클링의 시작은 무심코 해왔던 이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일회용품 줄이기

프리사이클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이컵과 스트로다. 이것을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것. 대부분의 카페에서 텀블러를 가져와 음료를 주문하면 할인이나 사이즈업의 혜택을 주는 것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스트로도 철제 스트로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공유경제 활용하기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좋은 방법. 생활용품이나 장난감 등 자신이 쓰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을 기증받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최근에는 의류 공유사업도 활발하다. ‘열린 옷장’ ‘윙클로젯’ 등에서는 행사에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의상부터 교복까지 기능성 의복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품 분리 배출 철저히 하기

선순환적 자원 활용이 가능해지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회용 비닐봉투다. 지난해 기준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서울시민 1인당 연간 평균 370여 장에 달한다. 스페인 120여 장, 독일 70여 장에 비해 3~5배 많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회용 비닐봉투는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아 별도로 분리배출하면 품질이 좋은 비닐류는 빗물받이·화분 등 물질로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고형연료로 생산돼 시멘트공장이나 제지공장 등의 보일러 연료로 사용된다.

전자 영수증 사용하기

이메일로 전자 영수증을 받으면 종이 영수증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자신문을 받아볼 수 있고 각종 광고 전단지나 청구서 등을 우편물 대신 이메일로 받아보는 것도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이다.

자연친화적 소재 용기 사용하기

자연친화적 소재의 용기란 다 쓰고 버렸을 때 자연스럽게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로 만들어진 용기를 말한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다른 일회용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에 비해 확연히 줄일 수 있다.

포장재 현명하게 소비하기

포장재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원칙을 정해 사용하자. 첫째는 아주 적은 양을 사용해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 둘째는 재이용할 수 있는 것, 셋째는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것, 넷째는 사용할 수 없다면 태웠을 때 많은 에너지라도 얻을 수 있는 것, 다섯째는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매립했을 때 분해가 잘되는 것의 순서로 이용해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

국내에도 프리사이클링 매장이 탄생한 지 1년이 됐다.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더 피커가 그 주인공. 생소한 프리사이클링 개념을 전파하고 새로운 친환경 캠페인의 지평을 열어나가고 있는 더 피커의 송경호, 홍지선 대표를 만났다.

서울숲 부근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카페에 들르면 채식주의자들이 즐기는 브런치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카페 한쪽에서는 각종 곡물류와 과일, 채소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다란 통들이 가득한 벽. 20개가 넘는 긴 통에 담긴 것은 각종 곡물이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식재료를 사 갈 용기나 장바구니를 가져와야만 한다. 유럽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리사이클링 가게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장바구니와 용기를 가져오시기 때문에 포장재가 필요 없습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고객을 위해서는 생분해 용기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프리사이클링을 내세우며 1년 전 문을 연 더 피커의 주인장은 환경에 관심이 컸던 송경호 대표와 홍지선 대표다. 원래 폐기물 관련 창업을 하려 했던 송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분야를 찾다가 프리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럽에는 이미 폐기물에 대한 대중 인식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아시아권은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가 프리사이클링에 대해 알리고 사회적 공론을 만들어가는 데 한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더 피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송 대표는 창업 전 주위의 우려가 컸었고 자신 역시 수요가 있을까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프리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넘어 프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질 만큼 뜨거운 반응을 느끼고 있다는 두 사람이다.

소량 구매와 1회용 포장재 없애기 대중화 노력 중

더 피커의 최고 단골은 동네 주민이다. 가게가 위치한 서울숲 부근의 주택가는 신혼부부가 많은 편이다. 1인 가구, 2인 가구가 많다 보니 채소나 곡물을 조금만 사려는 요구가 높다.

“식재료가 다 잘 팔리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는 20가지에 가까운 곡물을 취급했는데 지금은 소비자 선호를 반영해 10~15가지 정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더 피커는 재고 소진을 위해서 그로서란트로 운영하지만 육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 이용량과 탄소 배출이 높아져서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지만 수입 과일은 일반 수입상을 통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식재료를 조달하고 있어요. 저희가 구매하는 물량이 너무 적어서 아직 안정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루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많이 낮추지 못했어요.”

송 대표는 수요가 더 안정이 된다면 가격도 착하게 낮추고 더 많은 농산물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사이클링 네트워크 만드는 게 목표

매장 한쪽에는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각종 리빙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철제 빨대, 생분해 용기, 곡물을 담을 유리병 등등이다. 옥수수나 대나무 추출물로 만든 생분해 용기는 자연 훼손 없이 만들어진 것일 뿐 아니라 사용 후 버리면 땅속에서 몇 달 되지 않아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일반 일회용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보다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 송 대표는 대부분의 리빙 제품이 수입품이라서 가격을 낮추기 곤란하지만, 친환경용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생산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바로 쓰레기의 자원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을이 중심이 될 때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빵을 만드는 마을에서 빵을 만들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빵 찌꺼기로 술을 만들 수 있는 양조 마을과 연계해 소비하면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것이다. 더 피커가 번화가가 아닌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주변에 숲도 있고 소셜 벤처들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프리사이클링을 확대할 방안을 함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삭막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마을이 중심이 되어 프리사이클링을 확대해나간다면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마을이나 사회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생활 속 작은 변화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에 동참하길

송 대표는 더 피커를 운영하면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쓰레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프리사이클링은 절제하고 자제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장바구니를 드는 것만 해도 프리사이클링이니까요.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어떤가요? 실패했다고 욕할 사람도 없어요. 지금 당장 작은 일이라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송 대표는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찾는 것도 프리사이클링의 방법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포장을 끝내고 진열된 상품을 고르는 대형마트와 달리 재래시장은 조금씩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찾을 때 장바구니와 작은 용기들을 가져가면 완벽한 프리사이클링이란다.

더 피커 같은 프리사이클링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생선이나 육류, 채소류를 각각 담을 작은 용기를 가지고 재래시장에 가서 일회용 봉투를 받지 않고 올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프리사이클링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