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9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방침을 밝히자 그간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경북 성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정부가 일반 환경평가를 한 뒤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30일 오후 2시 경북 성주군 주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투쟁위) 등 200여 명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부 사드 추가 배치 규탄집회'를 열고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일반 환경평가를 한 뒤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하루 만에 뒤집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말도 안 되는 뒤통수를 때려 맞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촛불의 명령이다,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도 했다.

3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드 추가배치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드반대 주민단체, 청와대 앞 항의집회]

집회에는 투쟁위 외에도 사드 배치 반대 김천 시민 대책위, 사드 배치 반대 대구경북 대책위, 민노총,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참가했다. 투쟁위와 주민 10여 명은 "하나로 똘똘 뭉쳐 끝까지 사드 배치를 저지하겠다"며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밧줄로 서로 몸을 묶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2시간가량 이어진 집회 도중 9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결의문에는 사드 배치 즉각 철회, 사드 추가 배치 철회, 사드 불법 가동 중단, 사드 기지 보완 공사 철회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투쟁위 측은 "앞으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사드 기지 보완 공사, 연료 공급 등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위는 상경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31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반(反)사드 단체들도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 비판을 자제해온 단체들도 비판 입장으로 돌아섰다.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에서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정부가 추가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과 입장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한국 정부의 군사력 과시는 매우 우려스럽고,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ICBM 발사는) 한국과 미국이 그동안 취해 온 무력시위와 대북 제재 강화가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 의지를 꺾지 못했음을 재확인시켜줬다"며 대북 제재 무용론을 펼쳤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역시 이날 성명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전형적인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했다. 민권연대 소속 회원 2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와 대북 전쟁 훈련을 중단하라"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30일에는 민통선 평화교회 소속 신도 10여 명이 광화문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종교인평화연대는 "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남북 대화 등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다가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공약과 말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