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그리하여 숨
그러자 숨
그다음엔 숨
이어서 숨
그래서 숨
그렇게 숨
그리고 숨
그대로 숨
그러다가 숨
그래서 숨
항상 숨
이윽고 숨
언제나 숨
그런데 숨
그러나 숨
그러므로 숨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끝끝내 숨
죽음은 숨 쉬고, 너는 꿈꾸었지만
이제 죽음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뗄 시간
이제 꿈을 깰 망치가 필요한 시간
―김혜순(1955~ )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2016)
숨에 골똘해질수록 죽음이 돌올해지는 시. 삶과 숨과 꿈과 죽음은 동의어다. 숨은 죽음을 기록하는 꿈이다. 삶은 죽음을 복귀하는 숨이다. 그중 하나가 끊길 때가 질식이고 주검이다. 산부인과에서 장례식장까지. 학교에서 병원까지, 十에서 卍까지, 우리는 숨 공동체고 죽음 공동체다. 그러므로 숨이고 그런대로 숨이다. 그로 인해 숨이고 그제서야 숨이다. 그러니까 숨이고 그야말로 숨이다. '너는 이미 죽음 속에서 태어났'으니 그그그 숨을 쉬고, 이그 그그그 나도 숨을 쉰다. 아 에 이 오 우, '죽기 전에 죽고 싶다'고. 이름도 없이 얼굴도 없이, 숨이 범람하고 숨 쉬는 죽음들이 우글우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