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세대의 지식인 문학을 대표한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의 소설과 희곡을 모은 '이청준 전집'(전 34권·사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완간됐다. 2008년 결성된 이청준 전집 편집위원회는 2010년 소설집 '병신과 머저리'를 첫 권으로 낸 뒤 장편 17편, 중단편집 155편, 희곡 1편을 순차적으로 펴내며 최근 10년 만에 전집을 마무리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21일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전집 완간 기념식을 열었다. 평론가 김병익씨는 "이청준 문학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착잡하고 까다로운 20세기 후반기의 시대적 질곡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이청준은 소설 '서편제' 등으로 남도(南道)의 정서도 소설화했다. 그와 동향(同鄕)인 화가 김선두씨가 그린 전집의 표지화들이 8월 8일까지 에무에서 전시된다.
이청준 전집은 한 편의 소설이 겪은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서지(書誌) 비평의 모범을 보여준다.이청준 문학을 연구해 온 평론가 이윤옥씨가 작가의 초고를 비롯해 문예지와 신문 등 여러 지면을 뒤져 발표 당시 작품을 찾아내 단행본으로 편집된 작품과의 차이를 일일이 비교 확인했다.
이청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1974년 발표)이 실린 해설을 펼치면 작가의 착상과 수정 과정을 포함해 이 소설에 얽힌 필수 정보들이 자세히 드러난다. '당신들의 천국'이 1966년 이규태 조선일보 기자가 '사상계'에 발표한 논픽션 '소록도의 반란'에서 촉발된 소설이고, 1974년 '신동아' 연재본과 1976년 단행본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 것. 연재본에서 장황하게 그려진 장면이 단행본에선 거의 삭제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해 신념과 이념 비판 의식을 꼽았다. '사랑이 없는 동상이 우상에 불과하듯 자기 회의 없는 신념은 독선과 아집'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강조했다. 해설은 이런 작가 의식이 나타난 다른 작품들의 사례도 일일이 찾아서 이청준 문학의 핵심을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