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50+'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과제는 아마도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었을 터다. '50+'세대에게 특히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그들의 노후대책이며, 자녀의 결혼자금이고, 은퇴 후 사업자금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평생 '뼈 빠지게' 고생해 집을 마련한 사람은 매매가가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인다. 집이 없는 사람은 또 어떠한가. 갈수록 소득은 줄어드는데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전월세 가격에 집을 줄이거나 점점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간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는 인생 후반을 맞이해 조금은 다른 주거와 삶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후기청년'이 있다.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는 책을 출간한 김수동 씨가 바로 그이다. 그는 책을 통해 서민중산층 중장년세대에게 경제적으로 주거안정과 관계망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공동체주택을 제안했다. 그리고 먼저 자신이 용기 있게 그 집에, 삶에 발을 내딛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어쩌다 저자 김수동, 각자도생에 지친 도시중장년의 더불어 사는 꿈을 이루어 드리는 공동체주거 코디네이터 김수동입니다(웃음). 보통은 제가 주거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주택분양 및 임대사업을 하거나 건축 관련 경력의 소유자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저는 대학 졸업 후 SW 프로그래머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IT 컨설턴트, 벤처기업 CEO의 이력으로 50대 초반까지 지냈습니다. 대박의 꿈을 좇았으나 대박은 멀어지고 좋았던 동료들과의 관계만 망가져 갔습니다. 결국 오랜 벤처 생활에 회의를 느끼다가 뒤늦게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서 인지, 고령사회 주거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대안으로 도시 중장년 세대를 위한 '소그룹 공동체에 의한 협력적 주거'라는 공동체주거 모델을 개발하고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2015년에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최근 셰어하우스 등 공동체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시니어 주거공동체는 어떤 것이고 그곳에 들어가게 된 사연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공동체주택은 거실, 부엌, 욕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각자의 방을 따로 두는 셰어하우스와 독립된 세대에 살면서 커뮤니티 공간 등을 함께 사용하는 코어하우징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청년들을 위해, 후자는 시니어들에게 적합하죠. '50+'세대는 이미 삶이 고착화돼 있어서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는 코어하우징이 적합합니다. 본래는 일 때문에 공동체주거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삭막한 아파트에서 여생을 지내는 것보다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공동체주택에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2014년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공동체주택 입주자 모집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고, 이후 1년 반에 이르는 행복한 집짓기 끝에 2016년 8월 공동체주택 '여백'에 입주를 했습니다. 현재 여백에는 3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구성의 10세대가 '쫌 앞서가는 가족'을 이뤄 살고 있습니다."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왜 '가족'이라는 단어를 썼나요?
"어떤 TV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고, 신 가족이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존재가 가족이 되고, 세상 어디에도 없던 관계가 가족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혈육이 곧 가족이라는 공식은 없어지고 진정한 의미의 신 가족이 탄생한다는 것이었죠. 여백에서 공동체주거를 하는 우리 '사회적 가족'이야 말로 '쫌 앞서가는 가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여기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 언제 드나요?
"예전 아파트에서 제가 10년을 살았어요. 그런데도 앞 집 아저씨와 눈 마주치고 인사할 때면 그렇게 어색했어요. 그렇게 계속 거기 머물러 있었다면, 스스로 고독력을 키우면서 혼밥과 혼술을 즐겼겠죠. 공동체주택에 들어와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상에서 소소한 나눔이 있어요. 안부를 나누고, 물건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죠.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도와가며 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주택에 한 번 들어가 볼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공동체주택은 내 공간은 실용적으로, 함께 하는 공간은 합리적으로 구성해 주거비용의 절감이 가능합니다. 또한 함께 사는 사람들과 주거공동체로 사회적 가족을 이룸으로써 필요에 따라 이웃과 함께 하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함께 산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겁니다.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다소의 불편함과 책임도 따릅니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입주 희망자들끼리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체 형성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 길어봐야 얼마나 남았겠습니까,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쭉 살아봤다면 한 번 해보는 거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