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인도 ‘쇼미더머니’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에선 이미 한 수화 통역사가 그 일을 하고 있다. 10일 미국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에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뮤지션의 가사와 그가 뿜어내는 열기를 열정적인 몸짓으로 전달하는 수화 통역사의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출신의 홀리 매니아티는 이 페스티벌에서 미국 가수 ‘와카 플로카 플레임’의 무대에 함께 올라 가사를 수화로 전달했다. 이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후 조회수가 12만 건이 넘었다.
뉴욕주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통역을 전공한 홀리는 자신이 속한 수화 통역(sign language) 회사에서 가수 ‘메릴린 맨슨’의 콘서트 업무를 맡게 되며 수화 통역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직장의 파트너 단체인 ‘Everyone is Invited(모든 사람을 초청합니다)’는 장애인들이 뮤직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함께 일하면서, 홀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유투(U2) 등 유명 록스타들의 공연에서 수화 통역을 맡았다.
그는 “힙합 음악은 느린 노래보다 1.5배 많은 수화 어휘력이 필요하다. 가수 존 메이어의 발라드곡은 200개의 수화 동작을 하면 되지만, 에미넴의 랩은 그보다 6배 많은 단어를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때로는 래퍼들이 단어를 강조할 때처럼, 수화도 몇 가지 동작을 강조해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홀리의 다른 수화 통역 영상도 화제다. 같은 공연에서 래퍼 스눕 독, 우탱 클랜의 무대에 섰고, 캘리포니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의 제이지, 투팍 등 가수의 곡을 통역했다.
홀리는 태권도 유단자. 그는 공연자의 몸짓을 흉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가수와 래퍼의 서로 다른 몸짓을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똑같이 따라 할수록, 청각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감정과 경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대에 서기 전에, 가수의 지난 공연을 보며 가사를 습득하는 데만 약 100시간을 쓴다고 한다. 홀리는 “이 작업은 단순히 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곡의 가사와 에너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랩 가사에 비·속어나 강한 어조의 표현이 많은 것에 대해, 홀리는 “가수가 그런 언어를 쓴다면, 이는 예술가로서 그의 특권”이라며 자신은 전혀 검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에 돈을 내고 온 관객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걸 보고 싶어서 온 것”이라며 “가사를 검열하거나 바꾸는 건 음악을 그 자체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리는 “앞으로도 청각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더 높아지고, 뮤직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등 더 많은 장소에서 그들을 배려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