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왔다. 작은 천 쪼가리만 걸쳐도 더위가 증폭되는 이 계절엔 뭐든 덜어내는 편이 낫다. 하지만 아무리 덥다 해도 품위까지 덜어낼 순 없는 법. 이럴 땐 최소한의 품격과 전통, 디테일까지 고루 갖춘 헨리 넥(henley neck) 티셔츠가 대안이다.

헨리 넥 티셔츠는 목에 서너 개 단추 여밈이 남아 있는 형태를 뜻한다. 폴로 셔츠에서 칼라만 떼어냈다고 생각하면 쉽다. 칼라 달린 셔츠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 그냥 목선이 둥근 티셔츠보다는 조금이나마 격식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복식 규정이 정해진 사무실에선 안에 받쳐 입기 좋고, 좀 더 편안한 상황이라면 겉으로 드러내 입어도 손색없다.

헨리라는 이름은 영국 템스 강가의 마을 헨리온템스에서 유래했다. 이 마을은 17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 조정 경기 '헨리 로열 레가타'가 개최되는 곳이다. 해마다 각 팀의 전통 유니폼끼리 화려한 격전을 펼치는 장소로 유명하다. 헨리 넥 셔츠의 원형이 된 조정 경기 유니폼은 현재는 사용되지 않지만, 스포츠 기능성과 다채로운 변주를 대변하는 이름으로서 헨리는 여전히 각인돼 있다. 조정 경기에서 비롯된 팀워크, 활동성, 거친 남성성이 헨리 넥 셔츠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짧은 소매의 헨리 넥 셔츠는 딱딱한 정장에 캐주얼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셔츠 대신 입을 수 있다. 청바지나 면바지와 함께 재킷 안에 입어도 좋다. 목선이 둥근 일반 티셔츠보다 단추 서너 개를 더 풀 수 있으니 시원해 보이고, 반바지와 매치하면 휴양지 느낌도 난다. 날이 추운 가을·겨울에도 두툼한 니트 안에 받쳐 입으면 단추 부분 디테일이 허전한 목 주변에 재미를 줘 사계절 활용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