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간판 타자 최정(30)의 2017년 여름이 뜨겁다. 최정은 10일 현재 SK가 치른 85경기 중 79경기에 출전해 30개의 대포를 날리며 홈런 레이스 선두에 올라 있다. 어느 때보다 화끈한 여름이다. 최정은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40개·2016년) 돌파와 2015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이후 2년 만의 50홈런 고지 정복을 노리고 있다.
◇맞으면 넘어간다
최정은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서 대표적인 어퍼 스윙(스윙 궤적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형 타자다. 올해 인플레이된 타구 중 뜬 공 비율이 57.6% (210개 중 121개)로 KBO 리그 전체 평균(35.4%)보다 훨씬 높다. 투구 및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자료에 따르면 그의 인플레이 타구 발사각은 25.33도로 리그 평균(11.92도)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가 치면 공이 뜬다는 얘기다. 최정의 평균 홈런 발사각 역시 30.17도로 리그 평균 홈런 발사각(28.07도)보다 높았다.
최정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오면서부터 타고난 손목 힘 때문에 '소년 장사'로 불렸다.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2006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홈런왕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1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홈런왕 경쟁(20개·공동 3위)을 펼쳤고,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위(26개), 3위(28개)에 올랐다. 최정이 별명에 걸맞은 홈런 타자로 떠오른 것은 40개를 넘겨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공동 홈런왕에 오른 지난해부터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최정은 초창기엔 무리한 스윙을 자제했지만 3~4년 전부터 중심 타자 역할을 맡으면서 의도적으로 큰 타구를 의식해 스윙 각도를 꾸준히 높여 나갔다"고 했다. 스윙 폼이 몸에 익으면서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특히 최정은 레그킥(다리를 올렸다 내리는 것) 같은 동작 없이 강한 몸통 회전으로 스윙한다"면서 "2014~15년 부상 이후 체력 훈련 비중을 높이면서 비거리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울수록 뜨거워지는 방망이
KBO리그에서 한 시즌 50개의 홈런을 때린 타자는 이승엽(1999, 2002)·심정수(2003)·박병호(2014, 2015) 세 명뿐이다. 에릭 테임즈도 2015년의 47개가 최고였다. 최정이 네 번째 50홈런의 사나이가 될 가능성은 크다.
최정은 10일까지 경기당 0.38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부상 없이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산술적으론 52~53개까지 가능하다. 그는 8.87타수당 1개꼴로 담장을 넘겨 2014년 박병호(52개·8.84타수)와 페이스가 비슷하다.
이승엽이 2003년 세운 KBO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을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정이 여름에 유독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6월까지 15홈런에 그치다 7월부터 가속도를 붙여 시즌 끝날 때까지 25개의 홈런을 보탰다. 지난해 홈런 중 62.5%가 7월 이후에 나왔다.
최정은 올해 '멘털'까지 강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전엔 한 타석만 못 쳐도 스스로 자책하고 스윙 폼에 변화를 주곤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출신의 트레이 힐먼 감독의 조언에 따라 '마음 비우고, 즐겁게 때리는 법'을 터득하면서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민훈기 SPO TV 해설위원은 "문학구장은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5m로 상대적으로 짧고 한동민·김동엽 등 다른 SK 강타자들 때문에 투수가 최정과 정면 승부를 피하기도 어렵다"며 "약간의 운만 따라주면 이승엽의 최다 홈런 기록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