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킨 오영열(가운데)씨가 자전거학과 학생들과 셀카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 주제는 페티시와 오르가슴입니다." 6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스터디 카페. 이석원(29)씨가 강의를 시작하자 '섹스학과' 12기 학생들이 눈과 귀를 집중했다. 섹스학과는 '열정대학'이 개설한 강좌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다. 12기엔 20명 모집에 38명(여성이 60%)이 지원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여러 대학에서 모인 학생들이다. 이날 강의는 어떤 물건이나 대상에 성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일컫는 페티시(fetish)와 성적 쾌감의 절정을 뜻하는 오르가슴을 설명하고 저마다 경험담 등을 나누며 토의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열정대학은 2012년부터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소셜 벤처 기업이다. 자전거학과, 알통학과(작가 알랭 드 보통 연구), 돈학과(주식투자), 번지점프과, 등산완전정복과, 별볼일있는과, 개드립쳐볼과, 한잔할과….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된다. 유덕수(37) 열정대학 대표는 "여느 대학이 제공하는 강제성 있는 교육의 한계를 절감해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걸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며 "누구나 관심이 있으면 8주 과정의 학과를 개설해 직접 가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대학생 기준 15만원이며 수료증은 없다.

자격 없는 아마추어가 다른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격으로 볼 수도 있다. 유 대표는 "그런 의심을 받는다"면서도 "열정대학에서 자신의 관심을 찾고 공부하고 가르치다 그 분야 전문가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3년 열정대학을 경험하고 이듬해부터 섹스학과를 운영해온 이석원씨는 현재 '성교육업체 공감 성교육' 대표이자 서울인구보건복지협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자전거학과에 다닌 오영열(25)씨는 서울 불광동 '약속의 자전거' 대표가 됐다. 취미를 직업으로 발전시킨 경우다. 약속의 자전거는 폐(廢)자전거를 재활용해 판매하는 제작 수업에 저소득층 청소년을 참여시키며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그는 "수능시험 준비며 대학 생활이며 혼자 힘으로 한 게 없었는데 내 힘으로 페달을 밟으면서 진로를 찾았다"고 했다.

열정대학은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2012년 SK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개설된 37개 과목 중 90%는 학생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동안 수료생은 4500명. 유덕수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열정이 생긴다"며 "뷰티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남학생이 열정대학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강연한 장면을 비롯해 방황하던 청춘들이 꿈을 발견하고 펼쳐나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