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90개국, 3억5000만여 명이 시청하는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23일간 3500여 ㎞ 대장정을 벌이는 만큼 각종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대회에선 팔꿈치 '한 방'을 두고 시끌벅적해졌다.
사건은 이랬다. 4일(현지 시각) 4구간(룩셈부르크 몽도르프레뱅-프랑스 비텔) 결승선을 100여 m 앞두고 선두권 선수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슬로바키아의 스타 피터 사간(27)이 자리 다툼을 하던 마크 캐번디시(32·영국)와 충돌했다. 시속 60㎞ 이상으로 전력질주하던 캐번디시는 중심을 잃고 철제 안전 펜스로 넘어졌고, 어깨 골절로 이송됐다. 사간은 그대로 골인했다. 하지만 대회 심판장은 사간이 고의로 캐번디시를 밀었다고 판단해 실격 처리했다. AP통신은 "도핑 적발을 제외하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실격이 나오는 건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사간은 즉각 "처분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식 항의했다. 그는 "캐번디시가 다가오는 줄 몰랐다. 몸이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반면 부상으로 남은 대회 출전을 포기한 캐번디시는 "평소 피터와 좋은 관계지만, 그가 나를 밀쳤다는 게 혼란스럽다"고 했다.
사간의 퇴출을 놓고 사이클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그레그 르몽드(미국)는 "고의가 아니다. 실격은 가혹하다"고 했다. 사간과 캐번디시의 팬들은 각각 당시 사고 영상을 편집해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옹호하는 온라인 게시글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