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유소연(27) 선수 아버지가 서울시에 2001년부터 16년간 내지 않았던 지방세 3억1600만원과 가산세를 이제서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무원에게 상스러운 욕을 하거나 저주를 퍼부었던 사실까지 알려져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이는 상황이다.
3억이면 경기도 지방에 84㎡ 아파트를 신축으로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 돈이다. 전기세 한 번 밀려도 독촉장이 재깍 날아오는 세상에, 이런 거금을 강산이 한번 반 바뀔 세월이나 내지 않고 버틸 재간은 무엇이었을까. 유 선수 아버지를 비롯해, 고액 체납자 집 수색을 다수 지휘한 경험이 있는 조조익 전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세금을 16년씩이나 연체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가능합니다. 지방세 공소시효는 5년이지만, 일부 액수라도 압류를 집행하면 시효가 연장됩니다. 아마 유 선수 아버지도 마찬가지 경우일 겁니다. 재산 압류를 당해 체납세액 중 일부를 낸 대신 공소시효가 연장됐다가, 이번에야 잔금을 모두 치른 거죠.
―세계 최고 자리에 있는 골프선수 아버지면 이 정도 세금 낼 돈이 없으리라 보긴 어려운데, 이렇게 오래 내버려둔 이유가 있나요?
집행 전엔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엔 본인이 아니라 딸이 유명한 경우였으니까요. 드문 성씨도 아니고요. 짐작조차 어렵죠. 저희도 집안에 발을 들이고서야 그분이 유 선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 4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1000만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 중 고가의 대형주택 거주자, 해외 출입국이 잦은 사람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가택수색을 했습니다. 유 선수 아버지는 이 중 고가 대형주택 거주자에 해당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집이 있었거든요.
―유 선수 아버지는 세금 체납 중에도 해외여행을 즐겼다는데, 고액 세금 체납자도 해외 출국이 가능한지요?
우선 5000만원 이상 체납자에 대해서는 출국을 금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체납액이 5000만원을 넘는 순간 반드시 내려지는 조치는 아닙니다. 대개 해외 출국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잦거나 명백한 고소득자인데 세금을 내지 않는 등 수상한 정황이 있을 때 출국 금지를 고려하는데, 정확한 지침이 있는 사항은 아닌지라 일률적으로 '이럴 땐 출국금지'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16년이면 상당한 세월인데, 이번 경우가 이례적으로 오래 버틴 편인가요?
평균보다는 조금 더 되는 편입니다. 제가 본 바로는 12~13년 정도가 중간값입니다. 사실 세금 체납자가 얼마나 버티는지 따로 평균을 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며 본 바로는, 대략 그 정도 기간 체납하는 게 보통인 듯합니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10년 넘게 내버려 두는 건 너무 관대한 조치가 아닐지요?
김태수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밝힌 바로는, 서울시와 각 자치구 지방세 체납자는 65만명에 달합니다. 실제로 38세금징수과 직원 1명에게 배정되는 세금 체납자는 약 1600명에 달합니다. 당연히 세금 체납은 엄중히 대처하는 게 옳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 너무 부족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