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김애란(37)이다. "인터뷰를 어제 5개, 오늘 3개, 내일 3개 한다"고 했다. 최근 이런 소설가는 없었다. 김애란이 마지막 3개 매체와 만나고 있을 무렵인 지난 30일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는 6월 심사 독회를 열고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을 2017 본심 후보에 올렸다.
'바깥은 여름'이라면 '안은 겨울'일까. 김애란은 "다른 계절로 넘어가지 못하는, 다른 시공(時空)으로 건너가지 못하는 인물들 이야기"라며 "안과 바깥의 온도 차가 있을 때 이슬이 맺히고 얼룩이 지는 결로(結露) 현상이 가슴팍에도 생긴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단편 7편을 묶었다. '입동'은 다섯 살 아이를 사고로 잃은 젊은 부부의 얼룩을 얘기한다. '안'의 진실은 '바깥'에 전해지지 않는다. 보험사 직원은 사무적 어휘로 보험금 지급 과정을 설명한다. 어린이집에선 그걸로 모든 일이 마무리됐다고 여긴다. 처음엔 안타까워하던 이웃들도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부부를 피하고 수군거린다. 가슴 저릿한 상실은 더 이어진다. 유일한 친구인 반려견을 잃고('노찬성과 에반'), 오랜 연인과 이별하고('건너편'),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난다('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온통 사랑을 잃고 이별하더라.
"묶어 놓고 보니 그렇더라. 소중한 이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예감,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不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문학이 자주 다뤘던 소재이기도 하다."
―5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앞서 4권은 각각 2~3년 안에 썼다. 이번엔 잡지에 장편을 연재하다가 준비가 충분하지 못해 그만둔 시간이 있었다. 다섯 번째 책이라 더 늦었다. 이미 갖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낚시가 아니라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형식이든 내용이든 변화를 주고 싶다는 고민이 있었다."
스물두 살 때인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온 김애란은 이제 15년 차 중견 작가가 됐다. 그동안 이효석문학상·신동엽창작상·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한무숙문학상·이상문학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2005), '침이 고인다'(2007), '비행운'(2012)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2011)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애란은 "아직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이라면서도 "이제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변화'를 먼저 감지했다. 마냥 칭찬은 아니었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볼끝이 살아 있다'고 하는데 이번 소설은 예전과 달리 볼끝이 무뎌졌다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다운 도발성이나 발칙함이 사라졌다"는 비평이 나왔다. 하지만 "문장과 시각이 단단하다" "진짜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뚫고 나가야 할 터널 같은 것이지, 후퇴했다거나 평범해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소재와 주제는 1980~90년대 현실 인식으로 돌아갔는데 묘사의 힘이 대단해 상투성을 견디게 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볼끝'을 말했던 심사위원은 "말씀을 듣고 보니 구질(球質)이 바뀐 것이지 '볼끝'이 안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17 동인문학상 본심 진출자는 강영숙·백수린·최수철·서준환·양진채·기준영·조해진·김도연·김선재·오현종·황현진·정영수·최영건에 이어 14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