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은 영화 ‘리얼’에서 카지노 보스와 르포 작가의 1인 2역을 연기했다.

[김수현 "연기, 믿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조직의 보스 '장태영'(김수현)이 신경정신과 의사 '최진기'(이성민)와 상담을 하는 첫 장면부터 김수현은 옷을 벗고 전신(全身) 누드를 뒷모습으로 보여준다. 28일 개봉한 '리얼'(감독 이사랑)은 이 첫 장면부터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의 팬을 위한 영화'라는 걸 명확하게 드러낸다. 김수현은 카지노 사업에 투자 의사를 밝히는 동명(同名)의 르포 작가 '장태영'까지 1인 2역을 맡아서 전체 111회차 촬영 가운데 101회차 촬영에 참여했다. 2시간 17분에 이르는 상영 시간에서 김수현이 빠지는 장면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리얼'은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김수현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2013~2014년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대장금'에 이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뒤, 김수현은 대표적인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순 제작비 1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리얼'에 중국 알리바바 픽처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에서도 김수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영화는 폭력과 섹스, 살인과 마약 등 강도 높은 소재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손에 쥐고서도 정작 기승전결에 대한 고려 없이 나열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미 연결이 일어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 신종 마약 문제를 취재하는 르포 작가 '장태영'이 어떻게 카지노 사업에 투자를 제안할 재력(財力)이나 순식간에 조폭을 제압할 수 있는 무술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도통 설명이 없다.

후반부에 이르면 '매트릭스'처럼 주인공이 중력의 법칙에 어긋나는 괴력을 마구잡이로 발산하면서 SF영화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폭력 장면은 맹목적이고, 전후(前後) 맥락 없는 섹스신은 공허하다.

'리얼'의 상영관(970개)은 28일 함께 개봉한 '박열'(917개)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이날 관객 수는 '리얼'이 14만명에 그친 반면, '박열'은 20만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