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솟구치는 것의 속력은 전속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솟구치는 것은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살아있는 것처럼 가장 살아있다. 솟구칠 때 그것은 순수하게 솟구치는 에너지로 충만하므로, 추락을 염두에 두지 않는 솟구침은 언제나 미래의 쪽을 향한다. 여름과 금요일, 맨몸으로 솟구치는 뜨겁고 전율하고 막 팽창하려 하는 격동의 별자리. 소화전을 열자마자 로켓처럼 솟구치는 물줄기를 떠올리자. 자기를 밀어내면서 중력의 반대로 역류하는 이 물줄기를 활력이라 부르자마자, 몸이 발진한다. 물 위를 날아간다.

경기 가평군 청평호수에 있는 플라이보드 체험 장소 ‘플라이언스’에서 선수가 고난도 기술(백 플립)을 선보이고 있다. 플라이보드가 토해내는 물벼락과 굵고 긴 고무 호스의 윤곽이 흡사 물 위로 승천하는 용처럼 보인다. 핵심은 무게중심을 잡는 것. 이후 제트보트의 엔진 출력을 조절해가며 수압과 분출 각도를 달리하면 묘기가 가능해진다. 물론, 잘못하면 시속 23㎞로 다이빙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영화 찍는 거 아니다. 특수 효과도 없다. 조용히 헤엄치던 사람이 별안간 발바닥에서 물줄기를 뿜어내며 20m 가까이 치솟으니, 저게 뭔가 싶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자세 저 자세로 날아다니질 않는가. 이게 바로 플라이보드(fly board) 되시겠다. 2011년 프랑스 발명가 프랭키 자파타(Franky Zapata·39)가 개발한 이 기묘한 기구는 말 그대로 물 위의 '날아라 수퍼보드'. 소형 로켓 하단부처럼 생긴 가로 1m·세로 50㎝ 남짓한 플라이보드를 23m짜리 고무 호스를 통해 제트스키와 연결한다. 시동을 걸면 호스로 강물이 강력한 수압과 함께 유입돼 소화전 구멍처럼 생긴 플라이보드 밑바닥의 두 배출구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면서 몸이 뜨는 원리다. 가히 SF적인 이 레저는 2013년부터 매년 월드컵 대회가 열리며 전 지구적 확산 추세. 국내에선 2012년 여수 엑스포 해상 쇼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난 2월 국내 첫 프로팀도 생겼다.

맘 놓고 솟아오르려면 일단 장애물이 없어야겠고, 수심 4m 정도는 확보돼야 한다. SF적 레저답게 장비는 비싼 편이다. 기본 장비만 800만원이 넘어가는 데다, 반드시 제트스키가 필요하기 때문. 조용히 청평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프로라이더 박진민(28)씨가 구명조끼를 챙겨 입더니, 무선조종 장치를 탑재한 제트스키에 시동을 건다. 제트스키 RPM이 8000에 근접하자 휘발유 타는 냄새가 심장을 덥힌다. 제트스키 연기가 물보라와 뒤섞이며 발광한다. 박씨가 웨이크보드(wake board)용 신발을 신고, 플라이보드 위에 발을 얹고는 고정 장치로 단단히 여민다. 하반신부터 천천히 물에 담근다. 플라이보드로 수압이 전달되면서, 발밑으로 물살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고무호스의 길이는 23m. 보트와 연결 부위를 감안하면 최대 20m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

양팔을 쭉 뻗어 수영 자세를 하니 몸이 핵 추진 잠수함처럼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걸리적대는 것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호수 중간까지 간다. 이제 떠오를 차례. 그러나 직립은 선사시대부터 늘 어려운 것이었다. 폭주하는 물살을 딛고 허리를 펴고 무릎을 세우는 게 처음엔 좀 난감할 것이다. 수영 자세에서 다리를 뒤로 구부려 'L' 모양으로 만든다. 그러면 물살의 추진력이 몸을 돌려세운다. 이제 기마자세로 허벅지에 힘을 꽉 주고 버틴다. 허리를 편다. 너무도 단순한데 잘 안 되니 처음엔 답답할 수 있으나, 십수 차례 물 위로 넘어지다 보면 동물적인 감이 온다. 피슝, 수면을 박차고 1초 만에 창공을 향해 수직 상승. 흡사 수퍼히어로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데, 특히 야간에 발광다이오드 슈트를 입으면 진짜 아이언맨이 된다. 아이언맨은 원자력이 동력이지만, 플라이보드는 물을 박차고 움직이니 '아쿠아맨'이라 불러야 하나.

고난도 기술이 들어가면 이제 한 편의 수상 쇼가 펼쳐진다. 먼저, 나선으로 회전하면서 치솟는 걸 '스핀(spin)'이라 부른다. 뒤로 한 바퀴 도는 건 '백플립(back flip)'. 스핀으로 올라가다가 옆차기처럼 각도를 바꿔 또 스핀을 돈 뒤 곧장 백플립 하면 '스핀 킥 더블(spin kick double)'이 된다. 공중에서 잠깐 멈춰 수퍼맨 자세를 취하는 기술은 말 그대로 '수퍼맨(superman)'. 이 자세로 있다가 백플립을 두 번 하면 '수퍼맨 더블(superman double)'이다. 회전하면서 물보라가 궤적을 남길 때마다 얇게 무지개가 번진다. 이윽고 마이클 잭슨 춤처럼 백워킹으로 멀리 날아가던 박씨가 공중 20m 지점에서 급가속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다이빙한다. 수면 위로 올라와서는 또 한 번 다이빙. 박씨가 "이 돌핀 기술(다이빙)을 할 때마다 인어가 된 기분"이라며 소리를 꽥 지른다. 지난 4월부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종(36)씨는 "공중에서 정지할 수도 있고 동작에 제약이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지난 5월 열린 밀양아리랑축제에서 한복을 입은 채 날아오르는 플라이보더.

보기만 할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상당한 담력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한 채로 상체를 꼿꼿이 펴야 하는데, 단 1m만 떠도 신장 때문에 눈높이가 3m 가까이 돼 스릴이 상당하다. 추락은 생각지 않고 솟구치는 것이지만, 추락이 무섭지 않다. 웬 꽃가루가 떠 있어 달갑진 않으나 그래도 수질 1A등급 청평호 아닌가. 다만 선수가 아닌 이상 헬멧과 보호 장비는 기본으로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서울 한강공원이나 가평의 청평호수에 있는 수상 스포츠 업체를 통해 플라이보드 강습 및 체험을 할 수 있다. 10분 남짓 타는데 5만원 넘게 지불해야 하니 가격은 조금 높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하여 곧 열리게 될 각종 해변 축제에선 저변 확대를 위해 플라이보드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려는 분위기. 신종 레포츠이다 보니 젊은이에게나 어울릴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역시 젊음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탑승 지도를 하던 김봉민(26)씨는 "60대 이상 관광객도 많이 도전하는 편"이라며 "10분 정도 허우적대다 보면 누구나 물 위로 솟구칠 수 있다"고 한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야간에 조명을 배경으로 물 위로 치솟으면 진짜 아이언맨이 된다.

타는 곳

플라이언스: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25-6. 5만원. 010-8799-6912 한강레져스포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유람선 선착장. 8만원. 02-3271-6948 썸머타임 수상레저: 경기 가평군 설악면 사룡리 6-1. 오전 4만9900원. 오후 5만9900원. (031)584-5830 SM수상레저: 충남 무창포해수욕장 내. 3만원. 010-7177-9688 대천해수욕장: 전국해양스포츠제전(8월 17~20일)에서 무료 체험 가능. (041)930-4508 타는 법 12세 이상이면 탑승이 가능하다. 노약자나 과체중, 심신이 불안정한 사람은 타지 않는 것이 좋다. 헬멧과 구명조끼는 꼭 착용해야 한다. 요령 1웨이크보드용 신발을 신고 플라이보드 위에 발을 고정한다. 2제트스키를 따라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3물속에서 다리를 굽혀 몸을 세우고,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간다. 4중심을 잡으며 직립을 유지한 채 서서히 고도를 올린다. 5'날아라 수퍼보드' 손오공처럼 공중을 휘저으며 날아다니면 된다.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동회회 주로 제트스키, 웨이크보드 등 수상 레저 스포츠 동호회에서 플라이보드를 함께 즐기는 식이다. 충청 지역의 '경희마린'이나 제주도에 있는 '플라이보드 클럽' 등 주로 네이버 밴드를 통해 회원을 모집해 활동한다. 공연

한강 몽땅 여름축제 7월 22~2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플라이보드 야간 공연이 예정돼 있다. (02)3780-0598 캐리비안베이 경기 용인 캐리비안베이에서 ‘플라이보드 월드챔피언쇼’가 열리고 있다. 7월 9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0시 50분, 오후 12시 50분, 2시 50분 하루 세 차례 공연이 열린다.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오후 2시 50분, 7시 50분, 8시 50분으로 시간대가 바뀌어 야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031)320-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