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김지혜 옮김|다른|720쪽|3만3000원
“우리가 로마인들을 영웅화하는 것은 그들을 악마화 하는 일만큼이나 몹쓸 짓이다.”
이탈리아 중부의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촌락이 어떻게 그 많은 영토를 지배하게 됐을까? 해답은 원로원과 로마 인민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에서는 황제도 원로원과 로마 인민이 있는 한 절대 권력자가 될 수 없었다. 원로원과 시민의 승인으로 통치권을 위임받는 존재일 뿐이었다.
현역 고전학자로, 그리스 로마 연구자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독창적인 인물로 꼽히는 메리 비어드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가 국내 출간됐다. 이 책의 원제인 ‘SPQR’은 로마의 또 다른 유명한 표현인 세나투스 포풀루스케 로마누스(Senatus PopulusQue Romanus), 곧 ‘원로원과 로마 인민’을 뜻한다.
에드워드 기번과 같은 로마사 연구자들이 로마의 쇠퇴와 붕괴에 주목했다면, 비어드는 로마가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떻게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했는지에 대해 방점을 뒀다.
로마식 다문화주의, 라틴어를 둘러싼 문화사, 로마사를 장식한 카이사르와 브루투스, 네로와 여러 황제의 이야기, 그리고 원로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정치 논쟁 등 로마가 탄생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고도 대담한 필치로 담아냈다.
비어드는 고대의 옛 문헌 자료뿐만 아니라 새로 발견된 자료도 재해석했다. 언어를 연구하는 고전학자로서 기존의 역사가들이 행한 잘못된 해석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카탈리나의 음모 사건’이다. 지방 도시 출신의 ‘신인’이었던 키케로는 뛰어난 언변과 탁월한 정치력으로 구축한 화려한 인맥을 거름 삼아 로마 정계의 거물로 성장했지만,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성공이 절실했다. 이에 키케로는 일사천리로 카틸리나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 일당을 제압한다.
하지만 성공하는가 싶었던 키케로의 기회는 실패로 끝났다. 로마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재판절차 없이 그들을 처형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키케로는 결국 추방됐고 1년 만에 로마로 복귀했지만, 끝내 이전의 정치적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
비어드는 사건을 둘러싼 맥락과 다양한 요소를 하나하나 복원하고, 다각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왕정부터 공화정을 거쳐 제국의 절정기에 이르는 로마 1000년의 역사를 서술한다. 키케로를 구심점으로 연대기와 박물지를 절묘하게 혼합하고, 거대서사와 미시서사를 한데 어우르면서 한 편의 흥미로운 로마사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