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꿈꿨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로스앤젤레스(LA)와 대한항공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부에 위치한 미국 서부 최고층 빌딩인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식에서 조양호(가운데 앞쪽) 한진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기철(왼쪽에서 다섯째) 주 LA 총영사, 엘리 마루프(왼쪽에서 여섯째) 인터콘티넨털호텔 미주 CEO, 케빈 드레온(왼쪽에서 여덟째)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장, 조원태(왼쪽에서 아홉째)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식에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총 73층, 높이 335m에 달하는 미국 서부 지역 최고층 빌딩이다. 기존에는 LA의 US 뱅크 빌딩(310m)이 가장 높았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케빈 드레온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장은 "LA의 새로운 랜드마크 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며 "조 회장에게 LA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과 드레온 상원 의장, 미겔 산티아고 주 하원의원, 엘리 마루프 인터콘티넨털호텔 미주 지역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이 세운 미 서부 최고층 빌딩

윌셔 그랜드 센터는 한진그룹이 1989년 인수했던 호텔을 재개발한 것이다. 1952년 스테이틀러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존F 케네디,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 등이 LA를 방문할 때 묵었던 곳이다. 한진그룹이 인수한 후 실내는 여러 차례 보수를 했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한계가 있었다. 이에 조 회장은 LA를 중심으로 컨벤션, 관광 산업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고 2009년 4월 이 호텔을 LA의 랜드마크로 전면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 투자해 아예 새로 지었다. 당초 15층 높이였던 호텔을 73층짜리 건물로 바꾸면서, 저층부(1∼7층)는 상업공간, 중층부(8∼30층)는 오피스 공간, 고층부는 객실 896개 최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특히 호텔 체크인 카운터를 70층에 설치해 호텔 숙박객 전원이 LA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또 73층에는 루프톱(옥상) 바도 설치했다. 지금까지 LA에서는 규정상 초고층 빌딩 옥상에는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들도록 해 이런 루프톱 바 같은 시설을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LA 시 정부와 협의해 규정을 바꿔 처음으로 옥상을 개방한 건물이 됐다. 호텔 운영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인터콘티넨털호텔에 위탁했다.

대한항공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LA의 지질적 특성을 감안해 건설에 최첨단 공법도 대거 적용했다. '좌굴방지가새'라는 공법을 적용해 지진·강풍에도 건물 중심부가 휘어지지 않도록 층간 연결부를 강화하고 기둥은 콘크리트와 강재(鋼材) 강관으로 감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리히터 규모 8의 지진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제 2의 고향 LA에서 꿈 이뤘다"… LA 25년간 680억원 면세 혜택 줘

월셔 그랜드 센터 재개발은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공사 기간에만 1만1000여 개 일자리가 생겼다. 개관 이후에도 일자리 1700여 개가 생기고 LA 시에 매년 1600만달러 이상 세수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LA 시는 이 같은 투자에 대해 향후 25년간 숙박료의 14%를 물리는 숙박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총 6000만달러(683억원) 규모 면세 혜택이다.

조 회장은 이날 "윌셔 그랜드 센터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앞서 개관식 전날엔 대한항공이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와 손잡고 조인트벤처 협정식을 진행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보잉사(社)의 최첨단 중형 항공기인 보잉 B787-9를 들여오기도 했다. 조 회장은 "우리가 미국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투자는 미국 항공기를 사는 것"이라며 추가 도입도 시사했다. 또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LA 시와의 밀접한 협력 관계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대한항공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주도한 노하우를 LA에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한옥호텔·문화 복합센터 개발이 각종 규제로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송현동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정부나 시민단체 등이)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