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 선조들은 찬 성질의 메밀이나 밀을 빻은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칼로 숭덩숭덩 썬 국수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칼국수라고 하면 대개 밀가루 칼국수를 떠올리지만, 어떤 재료라도 반죽해 썰면 칼국수가 되기 때문에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책인 '음식디미방'(1670년경)에는 칼국수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나, 칼로 썰어 국수 만드는 방법인 착면법(着麵法)과 별착면법(別着麵法)이 나온다. 착면법은 녹두, 별착면법은 밀가루를 재료로 만든다.

전라도에서는 팥칼국수, 해안가에서는 바지락 등 해물칼국수, 강원도에선 장(醬)국에 국수를 만 장칼국수를 즐겨 먹는다. 북한에서도 메밀칼국수, 깨칼국수, 강냉이농마(녹말)칼국수, 더운칼국수, 찬칼국수, 비빔칼국수(조선요리전집·1994년) 등을 먹는다.

밀 생산지였던 경북 안동에서는 은어 달인 육수에 말아낸 은어칼국수를 여름 최고의 별식으로 즐겼다.

칼국수란 한글 단어는 고려 말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朴通事)를 한글로 풀어쓴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1677년)에 처음 나온다. '도면(刀麵)' '절면(切麵)' '칼싹두기' '칼제비'로도 불렀다. 미식가로 유명했던 실학자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칼국수(切麪)도 고기에 비길 만하다'고 예찬했다.

초여름에는 햇밀로 만든 밀칼국수가 인기였다. 가정에서 밀을 빻아 가루를 만들고, 반죽해 면을 만들기란 힘든 일이었다. '여자의 땀국'(1973년 2월 19일 자 경향신문)이라 부를 정도였다.

6·25 이후 미국이 무상 원조를 시작하면서 밀가루가 흔해졌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분식장려운동이 본격화됐다. '가정에서 밀가루로 만들어 먹는 음식 형태는 칼국수가 41%로 가장 많고 수제비 24%, 빵 18%, 부침개 17%로 밝혀졌다.'(1972년 7월 12일 자 매일경제) 밀칼국수가 흔해지면서 '칼국수=밀로 만든 국수'로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