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25회로 졸업했다. 태어난 지 만 25년 지나 밥벌이 시작한 건 흔히 그랬다 치고. 입사도 25기(期). 한 면에 200자 원고지로 평균 25장 들어가는 신문 기사를 다뤘다. 회사 야구회에 들면서 등번호 정하는 데 2.5초쯤 걸렸나. 몇 번인지 밝히면 군소리렷다.
군대 간 아들은 25사단에 배치받았다. 작은형도 25사단이었는데…. 그 무렵 다시 교열(校閱) 기자가 된 것도 이런 까닭일까. '~이오/~요/~이요' 같은 말을 구별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25를 낱낱이 한자음대로 읽으면 '이오' 아닌가. 혹시 '~이오'에 뭐라도 숨어 있는지 들춰보자.
무엇으로 쓴 글씨냐는 물음에 연필이라 할 때 잘못된 표기는?
① 연필요. ② 연필이오. ③ 연필이요.
①의 '요'는 주로 한 낱말로 답하거나 물을 때 쓰는 보조사(補助詞)다. 웬만한 말에 다 붙어 상대(듣는 이)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무슨 음식이 좋아?"에 "육개장요" 하고 답하거나 "육개장 좋아해?" 하면 "육개장요?" 하고 되물을 때 쓴다.
②의 '이오'는 서술격조사 어간 '이'에 종결어미(終結語尾) '오'가 붙었다. "이것은 육개장이오" 하고 말을 맺을 때와 같다. 모음 뒤에서는 ①처럼 '요'가 되지만("이것은 김치찌개요.") 이때 '요'는 보조사가 아니라 '이오'의 준말이다.
③의 '이요'도 서술격조사에 종결이 아닌 연결어미 '요'가 붙었다. "얼큰한 건 육개장이요, 구수한 건 된장국이라" 할 때와 같다. 말을 늘어놓을 때 쓰지, 맺을 때는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답은 ③이다. "얼큰한 육개장이요? 한 끼니로 최고죠" 식으로 자주 틀린다. 앞에서 본 대로 "육개장요?" 해야 맞는다. 나열이 아니라 맺음이니까. 다만 "육개장이 쓰다" 했을 때 "육개장이요?"로 쓸 수 있다. "육개장이?" 하고 반말할 상대가 아닐 때 존대 보조사 '요'를 붙이기 때문이다.
마저 털어놔야겠다. 25사단으로 아들 면회 다녀와서 25 찍은 로또를 25꼭지 샀다. 천지신명께 달랑 2만5000원 바치고 25억원을 넘보다니. 스물다섯 번은 해야 하나 싶었는데…. 과분(過分)한 로또에 벌써 당첨된 걸 이제야 알았다. 25일이면 꼬박꼬박 월급 받은 지 25년 넘었음을. 이런 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