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 치킨' 최호식 회장, 女비서 성추행 혐의]

경기도 한 중소 도시에서 1년 반째 '호식이 두마리 치킨' 가맹점을 운영 중인 A(29)씨는 6일 오후 3시까지 단 한 건도 주문을 받지 못했다. 평소 휴일 점심때는 평균 20~30건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 5일 최호식 회장의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고 벌어진 불매운동 때문이었다. A씨는 2015년 또 다른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다 본사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합성 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두세 달 동안 매출이 20~30% 떨어진 경험을 했다. A씨는 "본사나 대표가 잘못한 일로 왜 상관없는 서민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도 최 회장 기사가 뜨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호식이 두마리 치킨' 가맹점은 약 1000곳. 서울의 한 가맹점주 B(36)씨 역시 "5일 하루 동안 평소 월요일 판매량 절반 정도밖에 못 팔았다"며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걱정인데, 회장이 성추행에 연루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점주는 "퇴직금 등 수천만원 을 털어 점포를 낸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꼼짝없이 문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5일 임직원과 가맹점주에게 '직원 및 가맹점 점주님들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사랑하는 소비자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본사 잘못으로 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미스터피자' MP그룹 정우현(69) 회장이 경찰에 입건됐을 때도 '갑질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서울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던 C(46)씨는 "참다못한 가맹점주들이 모여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읍소했지만 결국 반 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피해를 보상받기도 힘들다. 매출 감소의 원인이 본사 책임이라는 걸 법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려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연합회에 따르면 정 회장 폭행 사건 이후 반 년 만에 가맹점 60곳이 문을 닫았다. 충남의 중소 도시에서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운영 중인 D(38)씨는 "본사에 가맹점주는 을(乙)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항의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