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마리 치킨'의 최호식(63) 회장이 여비서(22)를 성추행한 혐의로 여비서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건이 뜻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6일 오전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호식이 여자 꽃뱀 성공 기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최호식 회장이 피소된 상황에서 피해 여성이 돈을 노린 '꽃뱀'일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호식이 치킨' 회장 성추행 의혹이 부른 두 파장 - 지난 3일 치킨 프랜차이즈‘호식이 두마리 치킨’최호식 회장이 여비서의 손을 잡고 서울 청담동의 한 호텔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왼쪽 사진). 잠시 후 비서가 호텔 밖으로 뛰쳐나가 택시를 탔고 최회장이 뒤쫓아가 택시에 탑승하자 이를 지켜보던 여성 세 명이 택시 문을 열고 최 회장을 내리게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호식이 치킨' 최호식 회장, 女비서 성추행 혐의]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은 한 방송사가 최 회장과 비서의 모습을 담은 호텔 외부 CC(폐쇄회로)TV를 공개한 게 계기가 됐다. CCTV에는 최 회장과 비서가 손을 잡고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고 이후 비서와 최 회장, 여성 세 명이 잇따라 뛰쳐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다.

글 작성자가 '여자가 택시로 달리는 폼이 술 취한 것 같지 않고 뒤쫓아간 여자들이 너무 정의의 사도 같지 않으냐'라고 하자 '뒤따라간 여자들도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자 세 명이 기다리다 도와주는 걸 보니 전형적인 4인조 꽃뱀'이라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흐릿한 CCTV 화면만 보고 이 같은 추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은 다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최 회장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CCTV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피해 여성과 목격자 등에 대한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피해 여성을 도와준 김모(28)씨는 악플러를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선의로 도움을 줬다가 되레 꽃뱀으로 몰려 심각한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모욕적인 댓글을 달면서 조롱하는데 내 신상이 알려질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최근 인터넷에 부정확한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2015년에는 충북 청주시 한 유흥주점 업주가 계산을 안 하고 도망친 것으로 착각한 손님의 얼굴이 나온 CCTV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고소를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사건 해결과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간혹 부정확하고 앞뒤 맥락도 없는 CCTV 화면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원치 않는 사람의 얼굴이 공개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