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 미술관에 '놀이동산'이 들어섰다. 관람차, 바이킹, 회전목마까지 다양한데 너무 작아 탈 수는 없다. 담긴 뜻이 꽤 심오하다. 영어로 퍼블릭(public), 모두에게 두루 혜택을 준다는 '공공(公共)'이란 단어를 내세운 설치작이다.

마흔다섯 동갑내기 부부인 김민선·최문선씨〈작은 사진〉 작품. '뮌'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이들은 최근 영종도에 문을 연 파라다이스 시티호텔 로비에 '움직이는 샹들리에―다이아몬드'를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공중에 매달리되 자연 채광을 가리지 말아 달라는 조건이 붙었죠. 바로 밑엔 구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까지 들어섰으니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전통 샹들리에보다는 비처럼 방울방울 내리는 키네틱 샹들리에를 구현하고 싶었죠. 물방울이 떨어지는 형상으로 해체되었다 다시 합체되는 샹들리에가 '8'자를 그리는 건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 맞습니다(웃음)."

공대 나온 남편과 미대 나온 아내는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미디어 아트와 키네틱 아트를 넘나들며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2011년 밀라노디자인페어에서 삼성전자와 협업해 선보인 대형 미디어 아트물 'Lead me to your door(당신의 집 앞에 나를 데려다주오)'를 비롯해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의 석탑을 화려한 영상으로 채색한 '긴 채움', 국내 미술계 권력과 네트워크를 풍자해 파문을 일으킨 웹아트 '아트 솔라리스'가 대표작이다.

'미완의 릴레이'란 제목으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는 '군중' '공동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지난 10년의 작업과 잇닿아 있다. "공동체를 입에 담긴 쉽지만 정말 바람직한 공동체를 일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그 토대인 공공 영역이라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동하기란 무척 어렵고요. 오작동이 날 경우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 놀이기구의 속성과 공공의 그것이 닮았다는 생각에 놀이공원 형식을 차용해봤습니다."

원형 천막과 놀이기구들이 어우러진 ‘미완의 릴레이’전. ‘공공’이란 화두를 암호로 푸는 재미가 있다.

25개 놀이기구가 들어찬 이동식 놀이동산은 서울 망우동 '용마랜드'를 보고 구상했다. "최첨단 테마파크가 아니라 삐걱거리는 한물간 놀이공원." 관람 포인트는 전시장 한가운데 높이 10m로 설치한 원형의 가림막 공간이다. "놀이기구를 육안으로 보는 느낌과 흰 가림막을 통해 그림자로 보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요. 일루전(환상) 같다고 할까요. 광장에서 인터넷, SNS로 점차 확장돼가는 공공의 영역,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환상, 착각을 버리고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부부 작가는 "장난감처럼 움직이는 조형물을 그저 즐기다 가셔도 된다"며 웃었다. 어렵지만 놀이기구에 새겨진 '암호'를 해독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회전목마'에 악수를 청하는 남자의 형상이, '바이킹'에 온갖 숫자 그래프들이 숨어 있는 이유는 뭘까? 7월 9일까지. (02)760-4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