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대 초(超)만원 지하철은 누구에게나 고역이지만, 특히 여성들에겐 ‘성추행 피해’ 우려까지 있어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이런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본 지하철은 10여년 전부터 여성 전용 칸을 운영한다.
그런데,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2일 일본 남성 지하철 이용자들 사이에서 성 추행범으로 오인되거나 ‘잠재적 성 추행범’으로 보는 시선이 싫다며, 아예 ‘남성 전용 칸’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지하철 열차의 여성 전용 칸은 2001년 도쿄에서 처음 마련됐고, 이후 일본 전역으로 퍼져 주로 아침 출근 시간대에 운영된다.
그런데도, ‘일본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만 3439명이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했다가 체포됐고, 283명은 반(反)성범죄 법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11일 도쿄에선 한 남성이 열차 내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달아나, 인근 건물에서 투신 자살했다. 또 4일 뒤 요코하마 시 아오바다이역에서도 여성의 허리 부분에 손을 댔다가 다른 승객들에게 제압됐던 한 남성이 도주하려고 선로 위로 뛰어내렸다가 열차에 치여 죽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고질적인 열차 내 성추행 범죄 속에서, ‘남성 전용 칸’ 요구는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오인당하기 싫다는 남성들의 ‘반격’인 셈이다. ‘murrhauser’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허위 고소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남자들의 숫자가 치솟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의 생산성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하철 당국은 남성 전용 칸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gurandodaiti’ 는 ”성희롱 무고(誣告) 문제를 얘기하다 보니 이 만화가 생각 난다”며 여성의 장난 성희롱 고소 장면이 담긴 만화 컷을 함께 올렸다. 이 트윗은 일본에서 2주 동안 2만 4000 번이나 리트윗되며 이슈가 됐다.
일본에서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고소 당하면, 99% 기소되며 무죄 혐의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성희롱 무고(誣告)에 대비한 보험까지 나왔다고.
인터넷에선 “왜 오인 받고 싶지 않은 점잖은 신사들을 위한 전용 칸은 없는가” “모든 남성과 열심히 일하는 아빠들을 무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남성 전용 칸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일본 내 ‘열차 성희롱’ 논의가 인터넷에서 여성들의 ‘허위 고소’ 비난과 ‘남성 전용 칸’ 제안으로 와전되자, ‘johanne_DOXA’는 “성희롱을 한 번이라도 당해본 적이 있으면, 거짓 성희롱 고소가 여성에게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snuf_snuf_snuf’는 “성희롱을 당해본 남성으로서, 여성이 성희롱 고소를 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안다”며 “성희롱을 고소하는 여성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치한 전용 칸’을 만들자는 황당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성추행 전용 칸이야말로 성추행하려는 남성과, 추행을 당하고 싶어하는 여성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