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한 주홍빛 노른자, 촉촉한 식감, 부드러운 목 넘김….
몇 년 전부터 편의점 '삶은 계란' 업계를 주름 잡고 있는 '반숙 계란'.
편의점 냉장 식품 칸에 반숙 계란이 본격적으로 깔린 건 2013년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구역의 대세는 흰자가 황토색을 띄는 '맥반석 계란' '구운 계란'류였다.
GS25에 따르면 편의점 ‘가공란’ 카테고리에서 반숙계란은 지난해 매출 1위를 차지했고 훈제란 제품들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GS리테일 김시재 과장은 “반숙 계란은 지난 2014년부터 3년 연속 삶은 계란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 편의점에선 오래 전부터 반숙 계란이 인기였는데, 국내에 ‘반숙 유행’이 부는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라고 말했다.
수퍼마켓 계산대 주변 남는 공간에서 소량 진열해 팔던 ‘찬밥 신세’였던 삶은 계란. 그 위상이 달라진 것은 ‘1인 가구·다이어트 인구’가 늘면서부터다. 아침 식사 대신 삶은 계란을 찾는 사람이 확 늘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삶은 계란은 하루 전체 판매량의 35%가 ‘아침시간(오전 7~9시)’에 팔린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 속에 ‘반숙 계란’이 등장했다. GS리테일 김 과장은 “3~4년 전부터 ‘삶은 계란’ 제품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며 “녹차맛 계란, 계란과 메추리알을 ‘장조림’맛이 나게 삶은 양념란, 껍질이 검은 색인 숯 계란, 날 계란을 살짝만 익혀 밥이나 컵라면에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한 계란 등이 나왔는데, 이 중에서도 소비자 반응은 ‘반숙’이 가장 터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민정(24)씨는 “작년부터 자취를 시작한 이후, 일주일에 2~3일은 아침에 편의점 계란을 먹는다”며 “예전에는 탱글탱글한 맥반석 계란만 먹었는데, 요즘은 ‘대세’ 반숙 계란을 집어든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한모(33)씨는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는 심정으로 아침마다 삶은 계란을 먹는다”며 “아침에 ‘스크램블, 오믈렛, 프라이’ 같은 계란 요리를 해먹을 시간이나 여유도 없는데, 편의점 반숙 계란은 이왕 먹는 계란에 ‘변주’를 준 느낌”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한 김모(39)씨는 “일본 편의점에는 반숙 계란 종류가 상당히 많다”며 “반숙 중에서도 ‘온천계란’과 ‘맛계란(간장양념)’이 대표적인데, 삶은 계란 말고도 계란찜·스크램블·계란말이 등 각종 계란 제품이 쏟아져나온다”고 했다.
한 커피전문점에선 이른바 ‘1%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반숙계란을 2000원(2알)에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계란 노른자 익힘 정도를 세세하게 나눈 뒤, 삶은 계란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티즌도 많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계란은 삶은 정도에 따라 소화속도에 차이가 있다. 반숙이 가장 소화속도가 좋고 그 다음으로 완숙, 날계란 순”이라고 했다. “계란은 모유 다음으로 성장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다. 노른자에는 인체의 뇌세포 형성에 주요성분인 레시틴이 식품 중 가장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이러한 레시틴은 혈액이 잘 흐르도록 돕고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계란 2개 정도 섭취하면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