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의 기둥이라고 했던 할리데이비슨(NYSE: HOG)이 태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할리데이비슨이 태국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높은 무역장벽 때문이다. 실제 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가격이 미국 동일 모델보다 2배 이상 비싼 경우도 있다. 마크 매컬리스터 할리데이비슨 아시아태평양본부 이사는 “미국에서 오토바이를 생산해 수출하면 높은 관세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내 실적 부진으로 향후 10년 간 해외 매출액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해외 판매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반면 미국 내 판매액은 3.9% 하락했다. 이에 10년 전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수준이었던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3분의 1 수준으로 확대됐다.
할리데이비슨이 아시아에 공장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도 관세 혜택을 위해 인도 바왈에 공장을 신설했다. 오토바이 휠을 생산하는 공장은 호주에 두고 있다.
이번에 태국 공장이 지어지면 할리데이비슨은 관세 60%를 피할 수 있다. 또 아세안(ASEAN) 10개 국가의 무역 협정으로 태국 주변 국가에 수출할 때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아세안은 베이징과 자유무역지역 확대를 꾀하고 있어 중국 본토 진출까지 노릴 수 있다. 마크 매컬리스터 이사는 “태국 공장이 중국 시장으로 가는 운송비와 운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것도 할리데이비슨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TPP를 지지해왔다. 당시 매튜 레바디치 할리데이비슨 CEO는 “TPP 협력은 아시아에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수많은 무역장벽을 해결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할리데이비슨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증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오 제러드 미국철강노동조합 대표는 “왜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에서 성장하고 수출할 수 없는가”라며 “저임금을 위한 바닥을 향한 경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