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제2언어’로 쓰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간에 분명하게 소통이 이뤄지던 방에, 영어권 원어민이 합류해 말하는 순간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 수 없는 경험 한 두 번씩 겪어봤을 것이다. 이런 경우 많은 외국인들은 자신의 ‘부족한’ 영어 능력을 탓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원어민의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BBC는 ‘영어 원어민이야말로, 최악의 의사전달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글로벌 영어’ 시대에 다른 외국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고, 자신의 문화에만 젖어 외국인과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영어 원어민을 비판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최악의 전달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영어가 전 세계적인 언어가 돼서 매우 기뻐하면서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비영어권 사람들에 대한 이들의 의사 전달 능력은 비영어권 사람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타언어권 사람들에게 적응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영어권 사람들은 영어를 쓸 때 구체적이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빨리 이야기하고 농담과 은어, 속어를 속어를 너무 많이 섞어 쓰고 듣는 이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소통 기술과 문화 트레이너인 중국계 총솬 씨는 BBC에 말했다. 예를 들어, “곧 사무실을 나간다(out of the office)는 이메일도, 그냥 OOO라고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 외국인이 모인 자리에서 영어가 공용어(共用語)일 때에, 영어 원어민이 오히려 의사소통에서 불리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영국 사우스햄턴대의 제니퍼 젠킨스 글로벌영어과 교수는 말했다. 오히려 비영어권 사람이 간결하고 적절한 영어 단어를 써, 뜻을 확실하게 전달한다고.

스위스 TLC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델 쿨터씨는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종종 국제적인 영어를 쓸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우스햄턴대의 젠킨스 교수는 “영어 원어민은 외국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짧고 간결하고 정확한 단어를 써야 한다”며, “영어 구사력이 제 각각인 외국인들과 소통을 하려면 수용적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