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케스트라가 없으니 허전하군."

최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감독 리들리 스콧)의 첫 장면에서 '피터 웨일랜드'(가이 피어스)는 인공지능 '데이비드'(마이클 패스벤더)에게 피아노 연주를 청한다. 웨일랜드는 인공지능 개발 회사의 설립자이자 회장. 인공지능 데이비드가 연주하는 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1부 '라인의 황금'에서 신들의 발할라(Valhalla) 입성 장면이다. 발할라는 무엇이고, 왜 영화에서 바그너의 선율이 흘렀던 걸까.

영화‘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처음과 끝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선율이 흐른다.

A. 발할라는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이 들어가는 신전을 일컫는다. 영웅들의 '국립묘지'인 셈이다. 독일어로는 발할(Walhall)이라고 한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은 나흘간 공연하는 데 20시간 가까이 걸리는 대작이다. 이 오페라를 쓰면서 바그너는 '유도 동기(Leitmotiv)'라고 불리는 독특한 작법(作法)을 도입했다. 등장인물이나 장소, 소도구와 사건 등에 일종의 주제 음악을 붙이는 방식이다.

듣는 사람은 이 선율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누가 무대에 등장하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유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악당 다스 베이더가 등장할 때마다 기분 나쁘게 울려 퍼지던 금관 팡파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영화 초반에서 신들이 발할라에 입성할 때 흐르던 선율은 웨일랜드가 사실상 자신을 창조주라고 여기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이 선율은 생존한 승무원들이 잠드는 모습을 인공지능이 지켜보는 영화 종반에 다시 한 번 흐른다. 여기서 과연 누가 전사한 영웅이 되고, 누가 신의 반열에 오르려는 걸까. 때로 영화는 음악만으로도 오싹한 반전(反轉)을 암시한다.